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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집안에서 남들보다 특이하다거나 특출난 재능을 찾아보기 힘든 주인공, 눈앞에 나타나는 멋진 왕자님, 자신도 알지 못했던 화려했던 전생 등 소녀 애니메이션에서 가져야 할 고전적인 덕목을 모두 가지고 있다.

화려한 변신은 소녀들의 꿈과 희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강해지고 싶다는 거대 로봇물에서 주인공이 직접 로봇을 조정한다거나 대장이 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강해지고 싶다는 남자 아이들의 소망이 반영 된 것처럼 예뻐지고 싶다는 소망이 반영 된 소녀들의 꿈은 작품 속에서 어느 작품 보다 화려한 변신 장면을 연출해 내면서 소녀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아니 소녀팬들만이 아니라 작품 속에서 매번 업그레이드 되는 변신 장면의 화려한 연출은 시각적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보이며 일반적인 시청자들의 눈까지 사로잡게 된다.

저마다 색다른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은 물량 공세에 가까울 정도로 투입되면서도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작품 속에 위치시켰다. 200편이라는 긴 시리즈를 통해 각각의 캐릭터들의 개성을 효과적으로 살려내고 그들의 에피소드 역시 비중 있게 다루면서 캐릭터적인 재미를 최대한으로 살렸다. 무엇보다 한 캐릭터에 집중되지 않고 다양한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면서 시청자들의 기호에 따라 최적화 된 캐릭터들의 매력을 살린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성우들의 환상적인 연기와 작품의 이미지를 한 것 살려낸 음악은 청각적으로도 최고의 재미를 주고 있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일상 생활->적 등장->변신->위기->필살기 퇴치라는 반복되는 에피소드 구조 안에서 엄청나게 다양한 재미를 숨겨 놓았다. 시도 때도 없이 터져나오는 개그, 위기 상황에서도 긴장의 끈이 당겨져 있는 순간 연출되는 개그 연출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무엇보다 일정하게 반복되는 이야기 구조 내에서 미묘하게 변화를 주면서 매번 새로운 재미를 주고 있다. 언제나 같은 변신이지만 때로는 어이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며, 매번 멋들어진(?) 대사를 말하면서 등장하는 턱시도 가면은 때로는 황당한 시츄에이션을 벌이기도 한다. 똑같은 변신, 똑같은 대사, 똑 같은 패턴 속에서 조금씩 어긋나게 톱니바퀴를 틀어버리는 순간의 재미는 당연시 되던 상황에서 벌어진 예측불허의 허를 찔림으로써 큰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연출들은 세일러문 출신의 제작진들이 이후 업계의 차세대 크리에이터로 주목받게 되었는지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캐릭터적인 재미와 비쥬얼적인 재미, 탁월한 연출이나 개그 감각의 밸런스, 청각적인 즐거움 등은 결국 소녀팬들뿐만이 아니라 보다 폭넓게 팬층을 확대시켰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이 그토록 열광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언제나 감동을 선사하며 팬들의 눈시울을 적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사로서의 강인함보다는 소녀의 따스한 마음이 세상을 구하는 과정은 언제나 뻔한 전개지만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진부하게 느껴지거나 깊은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다. 언급했다시피 세일러문은 재능있는 스탭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훌륭하게 연출해 내었다. 때문에 같은 전개 속에서도 깊은 감동을 선사하며 많은 이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의 여운을 주고 있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이 작품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세계로 수출되어 예외 없이 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이 같은 상업적인 성과를 가지고 작품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적어도 세대나 나이, 국가에 관계없이 일반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이라는 면에 가장 충실하였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