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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하시 루미코는 뛰어난 액션 연출이나 큰 스케일의 대작은 없다. 또한 작품에 예쁜 미소녀가 나오기는 커녕 그녀의 그림체를 미형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은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발표하는 작품마다 성공을 거두며 일본 제일의 국민 작가로 평가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타카하시 루미코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재미의 힘이다. 독자의 예측을 불허하는 돌발적인 코믹, 특히 그녀의 연재작 속에서 드러나는 애정관계를 통해 보여주는 로멘틱 코메디의 연출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녀의 단편작에서 보여주었던 여성작가 특유의 감수성으로 그려내는 따스함과 잔잔함, 인어 연작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장르를 넘나들며 선사하는 전율 등의 이유로 인해 그녀의 가치를 높여주는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역시 그녀의 작품이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고 타카하시 루미코에 대한 지지도가 그토록 열광적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같은 점 때문이 아닐까?

도레미 하우스는 이러한 그녀의 연출이 특히나 잘 살아있는 작품이다.

바로 옆집에서 흔히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들과 조금은 만화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그려내는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에피소드들은 소시민적인 우리의 삶을 웃음과 함께 보여줌으로써 단순히 웃고 즐기는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삼각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 오해와 엇갈림 속에서 맞물려 돌아가는 예측불허의 반전을 절묘한 타이밍으로 맞추어 가는 과정은 로맨틱 코메디의 진수를 맛보게 하고 있다. 이심전심의 어긋남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같은 오해와 엇갈림은 우루세이 야츠라나 란마1/2 등 그녀의 다른 작품에서도 주된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나 이 작품에서 가장 최적화 되어 연출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외계인은 물론이고 온갖 생물들이 등장하여 해괴한 사건이 벌어지는 우루세이나 학원 내 격투가 상당 수 등장하는 란마1/2과는 달리 어디까지나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주인공 고다이 유우사쿠가 한눈에 반해버린 미망인 쿄코의 마음을 열게 만들고 하나가 되는 과정을 메인 스토리로 전개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녀의 작품 중 가장 무난하면서도 깔끔한 결말을 맞이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그물처럼 복잡하게 형성되어 있는 애정관계 속에서 난잡하게 전개하지 않으면서 각각의 애정 관계를 매듭지으며 독자들을 만족시켜주었으며 감점의 교차점 속에서 흐르는 미묘한 심리 묘사와 감성 연출은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 속에서도 한순간에 승부가 기울어지듯 급격하게 전개를 보이면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면서도 여성작가만의 감수성을 잃지 않고 특유의 잔잔한 여운을 전해주며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세월이 흔적이 묻어 있는 풍경들과 모습들, 재수생 고다이가 어느 새 사회인으로 성장해서 결혼하기까지 흘러가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통해 언제나 감동적인, 그러면서도 웃음이 끊이지 않는 즐거움을 담아내고 있다. 세월의 흔적이 묻을수록 빛바랜 페이지를 넘기는 것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말이다. 로맨틱 코메디물로써 작가가 줄 수 있는 웃음과 감동을 모두 담고 있는 작품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반드시 이 작품이 포함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