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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기생수 by 이와아키 히토시

sungjin 2007. 9. 2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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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사는 누군가가 문득 생각했다.
'인간의 수가 절반으로 준다면 얼마나 많은 숲이 살아 남을까...'

지구에 사는 누군가가 문득 생각했다.
'인간이 100분의 1로 준다면 쏟아내는 독도 100분의 1이 될까...'

누군가 문득 생각했다.
'모든생물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

이와아키 히토시는 기생수를 통해서 인간사회에 철퇴를 가하며 경종을 울렸다. 인간의 생활을 더할나위 없이 풍요롭게 해준 수많은 문명의 이기 속에서 지구의 주인인 것처럼 행동하는 인간들에게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니며 또한 인간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해 주었다. 한발 더 나아가 인간들이야말로 “기생수”라고 이야기하며 보다 직설적으로 화두를 던졌다.

이와아키 히토시는 다소 문제시 될 수 있는 무겁고 까다로운 주제를 아주 일상적으로 전개해 나가며 작품에 대한 이해도와 접근성을 높였다. 이야기 전개의 흥미도를 높이면서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고, 작품의 주제 의식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작품의 무게와 깊이를 더해주었다. 지나친 진지함에 침몰하지 않도록 가벼운 위트로 분위기를 살렸으며 만화다운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만화적 장점을 최대한 살리며 표현과 연출을 극대화시키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마지막까지 흐름상의 처짐이나 빠름이 없이 탁월한 밸런스를 유지해 나가며 뛰어난 완결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참신하고 독특한 소재, 깊이 있는 주제, 만화적 상상력과 이야기의 재미를 잘 살려내며 작품의 주제를 쉬우면서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인간의 본질에 대해, 인간들의 사회에 대해 작가는 기생수라는 인간의 천적일지도 모르는(먹이 사슬 관계에서 인간 위쪽에 위치하고 있는 나약한 종족일 수밖에 없는) 기이한 생명체를 통해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탐구해 나간다. 인간에게 유익하다고 해서 그것은 과연 좋은 것일까?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닌데 왜 주인처럼 행사하고 다닐까? 인간이야말로 악마에 가장 가까운 존재가 아닐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인간의 존재가치, 존엄성 등 이제까지 누구도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었던 주제들에 대해 철저하게 파고들었다.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가 아니라 생명체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의 입장에서 보다 객관적으로 인간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풀어나갔다. 때로는 기생수들의 모습을 통해서 인간의 장점과 삶의 가치를 일깨워 주며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는가 하면 인간에 대한 잔혹성을 일깨워 주며 경종을 울려주기도 하였다.

주인공과 함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기생수인 ‘오른쪽이’는 신이치를 먹어치우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하였다. 함께 공생하며 살아가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를 바랬다. 어쩌면 작가가 던진 해답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더 이상 ‘기생수’가 아니라 ‘공생수’가 되기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