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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곤(GON) by 타나카 마사시

sungjin 2007. 9. 2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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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는 크게 글과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두 가지는 서로가 서로의 미비점을 보완해 주면서 2차원적이고 정적인 속성을 최대한 3차원 적이고 동적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그런데 대사는커녕 효과음 하나 없이 오로지 그림만으로 최고의 인기와 찬사를 받으며 걸작의 대열에 올라선 작품이 있다.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는 무적의 아기 공룡이 보여주는 자연 다큐멘터리(?) 다나카 마사시의 ''곤''이 바로 문제의 작품이다.

말풍선도 없고 효과음도 없다. 오직 펜선으로만 이루어진 이 작품은 놀라울 정도로 정밀한 묘사를 통해 모든 정보를 전달해 내었다. 대자연의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는 듯한 자연의 소리를 이미지화 시켜내었고 그 어떤 작품보다 강하게 전달해내었다. 아마존 유역에서는 독자들을 압도하는 스케일을 보여주었고, 사바나에서는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느낌을 정확하게 완성해 내었다.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극도로 세밀한 그림은 당장 책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생생한 현장감을 부여해 주었고 작품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동물들에게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자를 대지 않은 프레임, 밖으로 뻗어버린 확장 컷 등 인공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자연의 맛을 채워 넣었다. 화면 가득찬 배경이 함께 하는 역동적인 화면 연출은 마치 아이맥스 영화처럼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힘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이 같은 대자연의 거대함 속에 작가는 기발한 상상력과 스토리 전개로 만화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인 “웃음”의 묘미를 일깨워 주었다. 때로는 무법자로 가끔은 수호자로 자연을 누비고 다니는 곤의 무대포 정신에 독자들은 웃음을 참지 못하게 된다. 동물의 왕국 같은 대자연 속의 다큐멘터리는 곤이라는 무적의 아기공룡의 존재로 인해 여지없이 박살나고 만다. 백수의 왕 사자도, 바다의 무법자인 상어도 곤이라는 존재앞에서 웃음의 소재로 전락하고 만다. 동식물의 생태가 어우러진 자연 다큐멘터리는 곤의 존재로 만화적 요소와 이야기의 힘이 더해지면서 이제껏 어떤 작품에서도 느낄 수 없는 재미를 가진 작품으로 탄생되었던 것이다.

인공감이 철저하게 제거 된 대자연의 이야기는 만화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더해지면서 실험적이면서도 또 다른 예술적인 위치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어디까지나 만화라는 본질에 충실하면서 재미와 감동에 충실하였다. ‘곤’은 분명 이런 의미에서 또 하나의 걸작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기에 충분한 작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