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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전으로부터 수십년 후 점령군 통치하에서 벗어나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룬 일본은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문제를 발생시켰다. 무리한 경제 정책이 낳은 실업자들과 그들이 몰린 슬럼가를 온상으로 급증한 흉악 범죄는 심각한 사회 불안을 초래하며 경찰의 치안력을 넘게 된다. 이에 맞서 탄생한 것이 독자적인 권리와 강력한 무장을 갖춘 수도경이 창설되고 수도경의 핵심인 특기대 속칭 케로베로스라고 불리우는 그들은 섹트라 불리우는 무장단체와 치열한 투쟁을 벌이면서 그 임무를 끝내가는데....

느리고 사색적인 작품의 흐름 속에서 펼쳐지는 사건전개, 그리고 작품의 전제를 지배하는 무거운 이미지와 깊이, 사회적 외침 속에서 자신만의 고집이 드러나 있다. 전형적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색깔이다. 우루세이 야츠라의 두번째 극장판 뷰티풀 드리머가 보여주었던 우루세이 야츠라와의 이질적인 모습, 패트레이버 극장판이 보여주었던 TV애니메이션 패트레이버와 다르게 느껴졌던 위화감, 천사의 알을 통해 이미 밝혀진 오시이 마모루식 성향은 만화를 통해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실사영화를 통해 선보였던 켈베로스 시리즈의 연장선상에서 그려지고 있는 이 작품은 특기대를 중심으로 각각의 조직의 정치적인 이해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현실감있게 표현함으로써 작품을 감상하는 독자들에게 사회에 대해 보다 강하게 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화를 담당한 후지와라 카무이는 오시이 특유의 암시와 복선, 무거운 주제 등 오시이 마모루 특유의 작품세계를 완벽하게 구현해 내고 있다.

이미 테크닉에 대해서는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는 후지와라 카무이는 드래곤 퀘스트나 핫 러브 큐, 그리고 이미지만으로 하나의 컨셉을 만들어 낸 단편집 데자뷰 등 특정 계층이나 장르에 얾매이지 않고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면서 다채로운 연출을 해내는 작가다. 인터렉티브 연재 만화였던 후쿠진 마을기담에서도 알 수 있듯 후지와라 카무이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으면서도 상황에 맞게 최적의 연출을 할 줄 아는 작가이기도 하다. 때문에 오시이 마모루와 합작 만화를 그리면서도 오시이 마모루의 작품 세계를 해치지 않고 보다 훌륭하게 연출해 내었으며 동시에 후지와라 카무이의 인상을 남겨 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작품을 통과하는 키워드인 '개'라는 것의 의미를 통해 각 타이틀마다 들개 사냥개등 개의 이름을 붙임으로서 '개의 이념'을 충실히 실현하고 있는 이 작품은 작화를 맡은 후지와라 카무이의 깔끔한 그림체와 효과음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연출을 통해 절제된 상황 속에서 작품에 더욱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좀처럼 함께 하기 힘든 두명의 크리에이터가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목할만한 작품이지만 그 이상으로 각자의 재능이 발휘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