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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도에 KBS2에서 "명탐정 번개"라는 제목으로, 93년 SBS에서 "명탐정 셜록하운드"라고 방영되었던 작품입니다. 이번에 본 것은 "명탐정 홈즈"의 에피소드 중에서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 각본, 연출을 맡은 6편의 에피소드를 편집해서 극장에서 상영한 극장판입니다. 어릴 때의 추억도 있지만 작품을 보면서 몇 가지 생각나서 이렇게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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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고 쫓기는 추격씬은 미야자키의 작품에서는 빠지지 않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렇게 화려한 퀄리티가 아니어도 역동적인 움직임을 통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땀을 쥐게 하더군요. 그런데 캡쳐한 화면은 주인공 홈즈가 쫓기는 장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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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의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메카닉입니다. 20세기 초를 연상시키는 그의 메카닉은 웬지 모를 그리움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죠. 명탐정 홈즈 역시 근대적인 메카닉이 많이 등장합니다. 뭐 홈즈는 원작이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라 다른 사람이 제작했어도 시대적 배경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 였겠지만 미야자키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메카닉은 웬지 모를 인간다움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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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제까지 미야자키의 작품을 보아오면서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연출입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는 인산인해는 분명히 어려운 작업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특히 인물 하나하나의 움직임까지 세밀하게 묘사하는 미야자키의 작품에서는 더더욱 그렇겠지요. 거기다 이런 TV판에서는 얼마나 힘들까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하지만 효과는 만점!! 이러한 인산인해는 사람의 냄새가 만땅 느껴지는 부분이죠. 위에서 언급한 인간적인 메카닉과 이러한 인산인해가 합쳐서 연출되는 순간 느껴지는 인간과 기계의 자연스러운 관계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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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비행은 미야자키에게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미야자키의 작품 속에서 나타나는 비행 연출은 그다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더군요. 단지 그가 어릴 때 비행기를 좋아했던 그 자신의 모습을 작품 속에서 그려내고 있다고 생각되는 군요. 미야자키의 비행 연출은 뭐랄까 보는 나 자신이 하늘에서 보는 느낌이랄까요. 뭐 그렇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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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는 비행 장면도 많이 있지만 공중에서 허우적 대는 장면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는 억지 웃음이 아니라 이런 과장된 행동으로 자연스러운 웃음을 우리들에게 선사해 주고 있죠. 뭐 이건 꼭 이렇게 공중에서 허우적 대는 장면이 아니라도 그의 작품 속에서는 언제나 인간적인 웃음이 가득하죠.

그리고 그의 작품 속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미워 할 수 없는 악당입니다. 언제나 당하는 멍청한 캐릭터이지만 미야자키에 의해서 대단히 매력적인 악당으로 보여지고 있죠. 홈즈에 등장하는 모리어티 교수도 이러한 전형적인 "미워할 수 없는 멍청한 악당"이죠.

사실 개인적으로 "모노노케 히메"에서부터 뭔가 미야자키한테서 빠져나갔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물론 "모노노케"나 "센과 치히로"가 별로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분명히 그 두 작품은 최고의 걸작이고 기술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전혀 손색없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어릴때 우리가 울고 웃으며 보아오던 "미래소년 코난"이나 오늘 본 "명탐정 홈즈"에서 느낄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의 꿈이라든가 즐거움 또는 두근 거림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여튼 무언가 어린 시절 느꼈던 감정을 느끼지 못하겠더군요. 정말 오랜만에 "명탐정 홈즈"를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200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