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NOTE

백귀야행 by 이마 이치코

sungjin 2007. 9. 23. 20:59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간과 영혼의 교차점. 서로 다른 세계의 아이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자신을 알게 된다.>

백귀야행은 일본 민담에 나오는 이야기나 영적인 존재에 관한 기담들을 소재로 하여 그려낸 만화이다. 원래 단편으로 기획된 것이 인기를 얻게 되어 장편연재를 하게 되었는데, 단편의 내용은 리슈를 보호하게 되는 아오아라시가 어떻게 하여 리슈와 계약을 맺게 되는지에 대해 나와있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모두 이 주인공인 리슈와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해서 세대를 거쳐서 이어지고 있다. 민담을 기초로 하는 만큼 이 이야기의 등장인물들도 영적인 존재이자 전설 속에 나오는 소재를 많이 차용하고 있다. 주인공의 리슈의 시종이자 아오아라시와 함께 코믹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오지로와 오구로도 전설 속에 나오는 텐구들인 것이다.

이야기 중간중간에 엮어지는 이 소재들을 알게 되는 재미도 재미이지만, 무엇보다 이 만화에서 뛰어난 점은 미스테리하면서도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사건 전개이다. 초반에 비해 내용은 점점 스토리에 충실해지고 있는데, 몽환적이면서도 얽혀져 있는 이야기의 결말을 예상해보는 것도 즐거운 점이다.

최근에는 추리적인 형식을 강조하는 일면이 강하게 된 것이 리슈와 할아버지의 꿈을 통한 교감을 통해서 사건의 실마리를 제시해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꿈'이라는 것은 시공을 무시하고 교감이 이루어질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점이다.

꿈은 무의식의 일면이자 다른 세계의 의식을 알 수 있는 교차점이라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예지의 능력을 이 꿈을 통해 발현되며, 또한 그 인간의 내재된 욕망 의식도 꿈속에서 실현되고 있다. 꿈은 욕망이자 잠재된 능력이다. 이것은 인간을 비추어 내는 또 다른 발현체라 할 수 있으며, 그런 점에 있어서 영혼이라는 것과 통하게 되는 것이다. 영적인 존재는 분명 인간의 욕망에 의해 형성되고 존재되는 것이며, 또한 인간의 의지(또는 욕망)을 먹고 살아가는 자들이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자신의 본능에 충실하며, 인간이 결코 드러내지 못하는 부분을 무엇보다 강하게 비춰낼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세계는 현계를 무시하고 존재하지 못한다. 현계 또한 그들의 세계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마치 등을 돌린 동전의 앞뒷면처럼 두 세계는 서로를 바라보며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같으면서 다른 자들이 바로 인간과 요괴였다.

작품의 일면에는 이런 꿈을 배경으로 두고 이어져 가고 있으며, 꿈과 현실, 현세와 이계의 환상적인 배합을 통해서 그들의 이야기와 인간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어디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환상인 것인지. 현실 속에서 꿈의 존재인 요괴는 모습을 드러내며, 리슈는 꿈을 꾸지 않아도 그들과 교감을 이루어낸다. 타인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보는 아이는 늘 꿈과 현실 속에 혼재하여 살아간다.

꿈인가.. 생시인가.

장난처럼 내뱉는 그 한마디 속에는 인정하지 않으려는 세계에 대한 무의식이 담겨져 있다. 두 개의 세계는 결코 같지 않기에, 같은 면을 가지고서도 배반된 존재이기에. 그렇지만 이를 인정하는 자들. 혼재된 세계의 아이를 통해 세계는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존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