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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작품을 고를 때 그림이 예쁘면 아주 손쉽게 손이 간다. 반면에 그림이 별로인 작품은 아무래도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도박 묵시록 카이지는 그런 점에서 보자면 굉장히 불리한 조건에서 독자들을 사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한번 읽으면 놓을 놓기 힘들 정도로 굉장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도박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그려지고 있는 세계는 우리가 홍콩 영화에서 흔히 보아오던 거창하고 멋있는 세계가 아니다. 가위 바위보, 제비 뽑기 같은 꼬마들도 한번만 보면 룰을 알 수 있는 지극히 단순한 게임이다. 하지만 작품속에서 게임에 임하는 캐릭터들의 자세는 누구보다도 진지하다. 흔히 스포츠 만화에서 보아 오던 '최선을 다하면 후회는 없다'라는 사고가 여기서는 전혀 용납될 수 없다. 절대로 져서는 안되는 극한 상황에서 생을 걸고 벌이는 승부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때문에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보고 있는 독자들까지도 진지하게 만들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극한 상황에서 묘사되는 캐릭터들은 굉장히 합리적인 사고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가위, 바위, 보게임을 통해 보여주는 독점과 공황, 폭락등의 자본주의 경제 논리의 묘사는 작가의 천재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 논리뿐 아니라 사회 구조, 특히 인간 심리의 묘사나 인간 사회에 대한 혐오는 끊임없는 긴장과 반전의 작품 세계 속에서 확실하게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후쿠모토 노부유키는 심리적 극한 상황 속에서 펼쳐지는 합리적 사고 전개는 누구보다 뛰어나게 연출해 내고 있다. 그리고 이점은 도박묵시록 카이지에서도 마찬가지다. 극한 상황에서 발휘되는 인간의 무한한 지혜와 단순한 도박의 세계를 통해 놀라울 정도로 합리적 사고를 펼치기 시작한다. 온통 마이너스적인 이미지로 채워져 있는 작품 속 상황은 보는 이들의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고 있다. 고요하게 흘러가는 정적의 시간 속에서 금방이라도 시한폭탄이 타질 것만 같다. 알면서도 독자들은 긴장의 극에 도달하게 된다.

한번 시작하면 좀처럼 떼기 힘든 작품이 아닐까? 그만큼 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독자들을 순식간에 몰입시킬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