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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ARIA)

sungjin 2007. 9. 2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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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화성이라고 불리웠던 행성을 개조한지 150년, 예상외로 극관부의 빙하가 녹는 바람에 지표의 9할 이상이 바다로 뒤덮어버린 물의 혹성 "아쿠아".

그리고 21세기까지 지구의 이탈리아에 존재했다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모토로 만든 도시 "네오 베내치아".

이 이야기는 이 물의 도시에서 관광객 전문으로 전통적인 배를 끌면서 살아가는 수상안내원 미즈나시 아카리룰 통해 들려주는 조금은 느긋하지만 낭만이 가득한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손님은 초보 견습생 아카리에게 이곳 "아쿠아"(옛날 화성리라고 불리던 행성)는 지구보다 1세기나 뒤떨어져 모든 것이 불편한데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합리적이지 못한 시스템을 갖출 수 있으면서도 갖추지 않고 있기 때문에 쓸데없는 시간을 소모하게 되는 것에 대해 바보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주인공 아카리는 바로 그런 도시라고 미소지으면서 대답합니다.    

이 작품에 배경인 "네오 베네치아"는 고도로 발달된 과학기술에 의해서 만들어진 도시이지만 작품에서 묘사되는 네오 베네치아의 모습은 지극히 여유롭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지구의 사람들은 일분 일초가 아까워서 될 수 있으면 합리적으로 살아가려고 하는데 말입니다.

세상에는 멋진 곳이 많이 있습니다. 굳이 관광지를 찾아가지 않더라도 우리의 주위에서도 멋진 경치는 충분히 찾을 수가 있습니다. 단지 너무나 바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가까운 곳조차 돌아볼 여유가 없을 뿐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먼저 느꼈던 기분은 바로 잠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로움입니다.

주인공 아카리는 곤돌라(수상안내원이 타고 다니는 배)를 정비하다가도 유성비누와 물이 섞여서 생기는 무지개에 즐거워하며 청소하다가도 호스에서 뿜어내는 물로 무지개를 만들며 좋아합니다. 늘 다니는 길이지만 그 곳을 지날 때마다 가슴 설레이곤 하며 기다리기만 하다 하루를 다 보내도 전혀 심심해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생활의 즐거움을 조그마한 것에서도 찾아낼 수 있고 그러한 즐거움을 언제까지고 느긋하게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이 작품은 굉장히 정적으로 배경을 묘사해 내고 있습니다. 특히 하늘을 포함하는 배경이 많습니다. 그리고 캐릭터의 모습보다는 배경의 느긋함이 더욱 독자들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때문에 스토리의 강약이나 캐릭터의 강한 이미지 또는 임펙트 있는 연출 등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신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무언가를 전해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게 되면서 들려줄 이야기들, 그리고 나름대로 성장해 가는 아카리의 이야기는 언제나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마음 속으로부터 깊이 느껴지는 잔잔한 여운이 함께합니다. 휴식과도 같은 편안함이 가득한 멋진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