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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영심이

sungjin 2007. 9. 2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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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KBS를 통해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애니메이션으로 배금택씨가 소년만화잡지인 아이큐 점프에 연재했던 인기 원작만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제작에는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원래 최초 애니메이션으로 기획에 들어갔던 작품은 같은 잡지에 연재하던 오수의 "천재들의 합창"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아직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작가로서의 입장을 관철시키며 거절하였고 결국 비슷한 종류의 학원물이였던 영심이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것이다.(나중에 오수씨는 당시에 애니화를 거절한 것을 땅을 치고 후회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먼저 방영되었던 "떠돌이 까치"(수십 차례나 재방송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재방송 된 작품으로서는 시청율 3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는 작품이다.)나 "달려라 하니"처럼 역경을 이겨내고 승리를 이루는 극적인 감동의 스토리도, 마동탁이나 나예리처럼 라이벌 관계를 통한 작품에 재미를 주는 요소가 없다. 그렇다고 "아기공룡 둘리"처럼 캐릭터성을 내세운 작품도 아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굉장한 인기를 끌며 많은 인기를 얻었다.(아쉬운 건 현재 본인에게 이 작품의 엄청난 인기를 증명할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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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심이는 당시 10대 중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현실감 있게 또는 그들의 희망을 이루어 주기 위해 과장된 스토리를 전개해 나감으로써 그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었던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운동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남들보다 특출난 재주라고는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얼굴이 예쁜 것도 아니다. 특히 평범한 주인공을 보여준다고 하는 작품의 대부분의 여자 주인공이 설정상으로만 평범하지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의 주인공 영심이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이다. 주위의 캐릭터도 마찬가지이다. 영심이를 죽어라고 따라다니는 경태는 백마탄 왕자님이 아니다. 아버지도 평범한 직장인이며 친구들 중에서도 특출난 인물은 없다. 영심이의 주변 인물 중에서 그나마 특별한 캐릭터가 있다면 한 때 영심이가 동경했던 인기 스타인 형부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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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하게 되는 인기 스타에의 동경, 첫사랑의 순수한 감정, 시험으로 인한 스트레스, 방학때마다 가는 야영 활동 등등 누구나 바로 옆에서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청소년들의 문화를 정확히 읽어내며 지극히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실의 벽을 실감시키며 끝을 맺는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때로는 과정된 스토리를 전개하며 독자들의 희망을 실현시키는 경우도 있다. 중간 고사에서 연필 굴리기와 제비뽑기 등으로 1등을 한 일, 중학 퀴즈 대회에서 "모른다"라고 대답한 것이 정답이 되어(정답은 "작자 미상"이였다.) 1등을 한 에피소드는 어찌 보면 황당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런 황당함 속에서 영심이는 독자들이 한 번쯤은 원하는 작은 바람을 이루어주며 그들을 대리만족 시켜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현실적인 소망을 황당한 사건을 통해 실현시켜 주고 있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작품은 개그 코믹물이 아닌 명랑학원물이기 때문에 허공이 아니라 우리 옆에 위치하고 있는 작품이며 황당한 스토리 역시 우리의 옆에서 위치하도록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럴듯한 이야기 보다 더 현실감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의 여는 노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아직은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이 많은 14살의 순수한 마음을 가진 소녀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환상도 꿈도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 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