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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에 연재를 시작한 이후 발표된 쓰게 요시하루의 작품은 언제나 불편함으로  다가오게 된다. 작품 깊숙한 곳까지 내재되어 있는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의식의 영역을 그려내면서도 기묘한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처음 작품을 감상할 때 느꼈던 알 수 없는 혼란스러움이 다시 한번 감상하면서 조금씩 해소되는 듯 하지만 또 다시 감상하면서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새로운 혼란스러움과 마주하게 된다. 작가가 의도한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츠게 요시하루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접하게 되는 혼란스러움과 기묘한 중독성은 대중적인 만화에서는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하고 고유한 경험을 선사하면서 만화를 즐기는 이들만이 아닌 문화 예술의 영역에까지 츠게 요시하루의 작품 세계를 각인시키게 된다.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일반적인 형식을 거부하며 초월적인 이야기를 구현한 쓰게 요시하루의 단편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만화라는 매체에 철저하게 반()하는 형식을 통해 만화가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을 확대시켰음과 동시에 만화라는 매체가 지니고 있는 또 다른 잠재성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글과 그림을 칸과 프레임 그리고 화려하고 다양한 연출 기법을 통해 만화라는 형식으로 절해줄 수 있는 즐거움을 이상으로 연출의 깊이를 더해주었고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들을 배치하였다.

표제작 나사식을 비롯하여 바깥의 팽창, 붉은 꽃, 겐센칸 주인, 4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 책에서도 무의식의 영역, 꿈의 영역은 물론이고 은유적인 표현과 상징적인 이미지를 배치하면서 가장 독특하고 기이한 쓰게 요시하루의 작품 세계는 놀라움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유기적인 구성을 통해 자연스럽게 흐르기는커녕 곳곳에서 단절되고 끊어지는 불연속적인 칸과 칸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반()만화의 대척점을 완성하는가 하면, 의식의 확대가 아닌 무의식의 확대와 혼재 속에서 혼란만 가중되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을 중독시키기도 한다. 때로는 소녀의 월경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면서 지극히 현실적인 리얼리즘에 접근하여 담담하게 풀어나가기도 한다. 쓰게 요시하루의 단편들은 폭넓은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었고 각각의 단편들을 접할 때마다 예상하지 못했던 즐거움까지 전해주었다. 여전히 불편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고, 알 수 없은 깊이를 지닌 작품이지만, 다시 한번 페이지를 되돌려서 처음부터 한장 한장 넘기면서 감상하게 된다. 만화라는 형태를 통해 어디까지 깊게 파고 들 수 있는지, 어디까지 연출할 수 있는지를 확인시켜 주고 만화라는 매체가 이렇게나 훌륭하구나!라는 탄사를 자아내게 만든다.

겨우 4편만 수록되어 있는 단행본이지만 4편의 단편만으로도 작가의 작품 세계가 지니고 있는 깊이와 무게를 체감하게 된다. 동시에 만화라는 매체가 얼마나 높은 잠재성과 깊은 표현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츠게 요시하루의 단편들은 일반적으로 익숙한 만화라는 매체의 특징에 반()하는 작품이지만 동시에 만화가 지니고 있는 특징과 표현수단을 활용하여 가장 충실하게 완성된 만화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