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마1/2

87년 소년선데이 37호부터 연재를 시작한 타카하시 루미코의 “란마1/2”은 “시글별 녀셕들”과 “메종일각”을 통해 일본 최고의 여성 작가로 올라선 타카하시 루미코의 명성에 걸맞는 모습을 보이면서 타카하시 루미코의 명성을 굳건하게 만들어 주었고 원작의 대히트와 함께 국민적인 인기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으면서 역시 타카하시 루미코!라는 찬사를 쏟아내게 하였다.

특히 TV애니메이션과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미디어 믹스의 성공과 함께 성우 유닛 “DOCO”의 히트는 다양한 형태로 재생산되고 확장되면서 충성도 높은 강력한 팬덤을 확보하게 되었고 주간소년선데이 96년 12호에서 연재가 종료 된 이후에도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시대를 넘어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명작이 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시끌별 녀셕들”과 “메종일각”이라는 일본 만화사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두 작품(우르세이 야츠라는 러브 코메디 또는 로맨틱 코메디의 다양한 가능성을 펼쳐내면서 소년지에서 연재되는 수많은 작품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메종일각은 러브 코메디가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감동을 선물하면서 완벽에 가깝게 완성하였고 청년지에서까지 영향력을 확장시켰다.)의 후광을 업고 연재하면서 전작의 명성에 가리워질 수 밖에 없는 위치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대표작으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할 정도로 강력한 재미의 힘을 보여주었다.

신인이기에 미숙할 수 밖에 없었던 시끌별 녀셕들이 작가 특유의 “좌충우돌+왁자지껄+난잡함+오해와 엇갈림”과 시너지를 내면서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시켰다면 란마1/2은 한층 다듬어진 작가의 역량이 더해지면서 보편적인 재미를 작품 구석구석 채워 놓았다. 학원물의 컨셉을 취하면서 익숙한 세계 속에서 엉터리를 펼쳐 놓았으며 컬트적인 요소 대신 일상과 비일상을 혼재시켜 만화적 과장과 설정을 통해 예상하지 못했던 독특한 상상력의 즐거움을 담았다. 특히 타카하시 루미코식 무차별 액션은 여타의 다른 작품에서는 흉내내기 힘들 정도로 센스 넘치는 연출과 함께 순간순간 기지 넘치는 전개를 통해 작가 특유의 난장판을 완성시켰다.

자기복제를 통해 완성된 캐릭터들, 이전 작에서 수없이 반복된 오해와 엇갈림 속에서 만들어낸 우연을 통한 예측하지 못했던 전개는 팬들에게 란마1/2에 대한 평가를 다소 박하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 복제를 통해서 완성된 캐릭터 역시 란마라는 세계관에서 고유한 캐릭터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오해와 엇갈림 속에서 반복되는 전개를 예측불허의 개그 연출을 통해 변함없는 재미를 전해주었다.

란마1/2이라는 작품을 타카하시 루미코의 대표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마음 한 구석에서 망설임이 생겨나게 된다. 최고의 작품이라고 하기에도 그녀가 발표한 훌륭한 작품들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타카하시 루미코의 작품 세계의 즐거움이 가장 보편적으로 녹아 있는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 란마1/2을 추천하게 된다. 책장의 페이지 아무데나 펼쳐서 무작위로 감상하더라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작품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이해하고 작품 속 설정을 눈치채게 된다. 오해와 엇갈림 속에서 티격태격 펼쳐지는 사랑의 줄다리기는 언제나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밖에 없는 마법 같은 공식이다. 유쾌한 난장판 속에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정신없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즐겁다. 란마1/2은 루미코가 선사하는 재미의 힘이 가장 강력하게 발휘되고 있는 작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