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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D STUDIO/SHUEISHA  ©SAND LAND Film Partners

샌드랜드는 게임의 재미와 별개로 샌드랜드라는 세계관이 펼쳐낸 토리야마의 테이스트가 가득 녹아 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즐거움을 전해주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토리야마 월드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재치와 기지로 무장한 특유의 개그감각이 돋보이는 전개와 함께 말도 안되는 엉터리들을 자연스럽게 납득하게 넘어가게 만드는 독창적인 세계관이 어우러지면서 이전에는 물론이고 이후에도 경험할 수 없었던 만화 같은 세상을 펼쳐내었다. 드래곤볼이 전설을 써내려가고 있을 때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토리야마 월드 특유의 세계를 느끼기 힘들었기 때문이였다. 터틀하우스에 살고 있는 잔소리꾼 거북이는 사라지고, 재채기를 하면 인격이 변하는 런치는 등장하지 않는다. 오룡과 푸알이 변신하는 일은 없었고 야무치는 여자를 봐도 당황하지 않는다. 파후파후를 원하는 무천노사의 이미지는 사라졌다. 셀전에서 잠깐 등장하긴 했지만 어느새 독자들은 드래곤볼의 세상을 다스리는 국왕은 개였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다. 해님과 달님이 말을 하고 동물과 인간은 물론 천사와 악마가 효과음과 싸우던 모습을 기억하던 독자들에게 드래곤볼은 더 이상 독자들이 생각하던 토리야마 월드는 아니였을 것이다.(달에서 토끼가 왜 떡방아를 찧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자! 손오공 때문이잖아!!) 드래곤볼이 본격적으로 배틀물의 노선을 걷기 시작하면서 토리야마 월드가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었던 것이였다.

토리야마 월드가 보여주는 곡선미 넘치는 메카닉 디자인은 언제봐도 매력적이다. 드래곤볼 이후 사라져 버린 토리야마 월드의 아쉬움이 만화적 세계관과 동화적 이미지, 상상력 넘치는 아이디어와 병맛스러운 개그에 있었던 반면 메카닉 디자인 만큼은 변함없는 토리야마 월드의 모습이였다.

반대로 드래곤볼의 스토리가 장기화되고 개연성을 잃어갈 때에도 여전히 열광적인 지지를 보낼 수 밖에 없던 이유도 매력적인 토리야마 월드의 세계관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였을 것이다. 특유의 매끄러운 곡선미가 넘치는 메카닉 디자인을 보면서특유의 귀찮음이 완성해낸 황량한 벌판을 보면서펜선이 자아내는 강렬한 임펙트는 발산하는 액션 연출을 보면서순간순간 짜집기하듯 이어지는 이야기 전개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고 2차원이 지면 위에서 그려낸 만화적 연출의 극한을 완성해 내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일본 만화 역사상 전무후무한 전설을 완성하였다.

게임으로 제작된 샌드랜드의 가치는 샌드랜드라는 원작만화의 게임화라는 사실보다는토리야마 아키라 월드의 구현에 있지 않을까? 토리야마 아키라 특유의 팬시형 캐릭터들이 무한한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무엇이든 가능한 토리야마 월드을 독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시각화시켜 만끽할 수 있게 만들어 낸 것만으로도 토리야마 아키라의 팬들에게는 커다란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게임으로 새롭게 완성된 샌드랜드는 토리야마 월드의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팬들에게 기대이상의 만족감을 주었다.

토리야마 아키라가 평생에 걸쳐 그리고 싶었던 것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게임 속 샌드랜드의 세계는 특유의 팬시형 캐릭터들이 무엇이든 가능한 토리야마 월드 속에서 매력적인 메카닉과 함께 여행할 수 있었다. 토리야마 아키라의 대표 단편마인촌의 부블이나 토키메카에서 등장하던 캐릭터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네코마인이 생각날 수 밖에 없는 NPC와 대화하고 드래곤볼에서 통용되었던 화폐단위를 확인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토리야마 아키라가 과거 독자들에게 선사하였던 만화같은 세상들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샌드랜드는 과거 토리야마 아키라가 발표하였던 작품들을 곳곳에서 생각나게 하였다. 물이 귀한 사막 같은 세계관 역시 과거 발표하였던 “매드 매틱”이라는 단편을 떠올리게 만든다.

토리야마 원작극장, 닥터 슬럼프, 마인촌의 부블 등 작가가 평생에 걸쳐 선사해주었던 테이스트를 샌드랜드의 세계 여기저기에 배치시켰다. 드래곤볼(과 통푸 대모험)이 탄생시킨 최고의 발명품인 호이포이 캡슐을 던지는 즐거움이 넘친다. 아무것도 없이 황량하게 펼쳐져 있는 벌판을 보면서 드래곤볼 연재 당시 그리기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싸움의 무대는 언제나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벌판이였다고 인터뷰하던 토리야마 아키라의 귀찮니즘을 생각나게 한다. 물이 부족한 사막의 세상을 보면서 비가 내리는 장면을 그리는 것이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닥터슬럼프의 무대였던 펭귄 마을은 맑고 화창한 나날이 지속될 수 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어디선가 본 듯한 캐릭터들(데브라 아니였나?), 익숙한 풍경들과 아이템, 명쾌하고 단순하게 구성된 스토리 라인을 생각없이 따라만 가도 즐거운 토리야마 월드의 매력들이 게임 속 세상 속에 가득 담겨 있었다.

샌드랜드의 게임 플레이는 메카닉에 집중되어 있지만 캐릭터와 세계관은 네코마인을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특유의 곡선미 넘치는 메카닉을 구경하는 재미, 그리고 메카닉을 조종하는 재미를 게임 속에서 만끽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어떤 작품들 보다 토리야마 월드를 경험하는 즐거움을 극대화 시킬 수 있었다. 손오공이 레드리본군과의 사투를 벌이던 시절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오공과의 첫만남에서 부르마가 타고다니던 바이크의 느낌은 이렇지 않았을까? 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된다. 블랙 보좌관은 아마 이런 느낌으로 메카닉을 조종하지 않았을까? 피라후 일당 역시 로봇을 조종하는 느낌이 이런 것이였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1980년대를 관통하던 시절에 감탄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메카닉 디자인은 2020년대를 관통하는 시절에서 여전히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는 시대를 초월한 천재 만화가이자 디자이너의 가치를 증명시켜 주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재미보다 게임 속 메카닉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더욱 크게 하였다.

에필로그에서 호버카를 운전하는 베르제브브와 바이크를 운전하는 안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토리야마 아키라 월드의 그리움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작가가 생전에 발표하였던 수많은 일러스트를 통해서 보여주었던 장면의 변주곡처럼 완성된 마지막 장면은 토리야마 아키라가 40년에 걸쳐 독자들에게 선사하였던 즐거움(모 만화가는 드래곤볼 전해준 웃음만으로 늙어가는 지구가 10년은 젊어진다고 이야기한다.)을 감동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돌아갈 수 없는 나날들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작가가 남긴 수많은 명작들을 통해서 우리가 느꼈던 행복했던 감정들이 여전히 미래의 세대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지 않을까?라고

토리야마 월드의 매력은 그가 생전에 발표하였던 수많은 단편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