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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슈에이사의 소녀만화잡지 “리본” 8월호부터 11월호까지 연재되었던 히이라기 아오이의 “귀를 기울이면”은 작가 특유의 풋풋한 소녀 시절의 감성을 담아내며 잔잔하면서도 오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작품 곳곳에서 학창시절의 추억의 조각들이 반짝인다. 미래에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도 해본 적이없던 소녀가 확실한 목표를 지닌 소년과의 만남 속에서 자신의 꿈을 스케치하는 과정, 상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는 이성에 대한 기대감,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이 가져다 준 작은 인연의 소중함, 좋아하는 소년에게 느낀 실망과 아쉬움, 좀처럼 용기를 낼 수 없어서 말할 수 없는 감정 등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시즈쿠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어딘가의 환상이 아닌 우리들의 일상처럼 위치하고 같은 공기를 공유하게 된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빛 바랜 시절의 이야기지만 세월이 지나도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정들, 누구나 한번 쯤 경험할 수 있는 소박하지만 소중한 추억의 앨범을 살짝 들여다 보는 것만 같은 노스탤지어를 경험하게 된다.
우연한 인연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굴곡 없이 잔잔하게 흘러간다. 소년과 소녀의 만남 속에서 특별히 놀라운 사건도 없고, 역경도 없다. 흔하디 흔한 티격태격도 없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화려하게 수놓게 되는 소녀들의 꿈과 낭만도 묘사되지 않는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 주인공 시즈쿠가 상상하는 세계마저도 지극히 일상적으로 묘사된다. 하루하루 소중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지극히 평범하게 그려지지만 그 시절의 소박한 사건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 청춘의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는지를 느끼게 된다.
화려함도 없고, 역동적인 내용도 없다. 도서관의 대출카드를 통해 이름만 알고 있는 소년에 대한 기대감, 우연히 만난 고양이를 따라 들어간 가게에서 듣게 된 오랜 인연의 고리, 친구들간의 엇갈림이 만들어낸 어긋난 삼각 관계, 아주 작은 한 걸음이지만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 등 잔잔하게 흘러가는 감성의 조각들이 하나씩 하나씩 반짝거리면서 잔잔하지만 어느 새 마음 속 깊이 흘러 들어오게 된다. 만화 특유의 풍부한 감정표현이 없어도 충분히 감정이 전해지고, 이야기의 굴곡이 없어도, 만화 특유의 과장된 연출이 없어도 충분히 마음을 울린다.
귀를 기울이면의 이야기는 지극히 평범한 소녀의 이야기다. 하지만 평범하기에 소중할 수 밖에 없고, 소박하기에 반짝일 수 밖에 없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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