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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이 세계로 날아간 소녀, 세상을 멸망시킬 수도 있다는 거대한 힘을 지닌 채 저주받은 아이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소년과 이 힘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펼쳐지는 수많은 모략과 암투…
히가와 쿄코의 바람의 저편(저편으로부터)은 익숙한 설정과 소재, 익숙한 캐릭터, 그리고 익숙한 이야기 전개를 보이는 만화다. 하지만 재미와 감동이라는 만화가 독자들에게 줄 수 있는 본질적인 공통분모는 새롭고 신선한 소재, 실험적인 연출이 아니라 가장 보편적인 모습을 통해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소년과 소녀의 만남, 엇갈린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없이 깊어지는 두 사람의 감정, 두 사람의 만남이 만들어내는 기적 같은 인연과 세상의 변화는 진부한 것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들을 열광시킬 수 있는 마법 같은 소재다. 진부한 이야기가 아니라 언제나 감동으로 몰아넣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고, 앞으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지게 될지 알면서도 감동이라는 형태로 가슴 깊이 다가올 수 밖에 없는 이야기다. 10년전에 작품이 연재되더라도, 10년후에 작품이 연재되더라도 여전히 사랑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소녀라고 생각되는 지나(노리코)가 현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때마다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게 된다. 세상을 멸망시킬지도 모른다는 천상귀의 힘을 지닌 이자크가 괴로워 할 때마다 보는 이들 역시 아픔을 함께 하게 된다. 나라는 작은 틀 안에 세상이라는 큰 틀을 넣을 수 없음을 이야기하는 대화 속에서 깊은 공감을 하게 된다. 심리적 결핍상태에서 방황하는 캐릭터들의 모습과 안식을 빛을 찾고 안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는 이들도 함께 그들과 함께 공기를 공유하게 된다.
엇갈린 운명의 만남은 두 사람의 사랑의 깊이를 한층 더 깊게 만들고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그들의 감정이 흘러 들어온다. 단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이 느껴지는 두 사람의 표정을 통해 전해오는 감정의 조각들은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조금씩 스며들어오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쌓여진 조각들은 어느 새 감동의 호수를 형성하게 된다.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펼쳐지는 사랑의 대하전기는 이세계 판타지 로맨스 만화가 보여주는 만남과 이별 그리고 재회의 과정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모든 이들의 바램을 담은 형태로 마무리 지으면서 작품 속에 행복함을 담는다.
두 사람의 만남과 성장, 그리고 행복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작품 속 등장 인물들의 모습과 함께 이야기는 풍성해지고 작품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 노리코와 이자크의 만남이 만들어가는 인연의 고리들은 저마다 또 하나의 이야기들을 엮어나가면서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흐르면서 보는 이들에게 기억될 수 있는 작품 속 중요 캐릭터의 위치를 지니게 하였다. 적으로 맞설 수 밖에 없는 라이벌과 최종 보스에 해당하는 캐릭터,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수많은 캐릭터들이 작품 속에서 생명력을 가지고 이야기와 세계관을 보다 튼튼하게 구성해줄 수 있었다.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준 펜선이 자아내는 섬세함은 보다 작품의 매력을 높이고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게 하였다. 특유의 감수성 넘치는 표정 묘사는 물론이고 액션연출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작품 속에서 이야기의 매력이 어떻게 전해지고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얼마나 전달되고 작품의 분위기가 어떻게 느껴지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행동과 대사 하나에도 힘이 느껴진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노리코의 모습을 보면서… 숙적 케이모스와 벌인 혈투 중 케이모스가 외치던 절규를 들으면서… 천상귀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이자크의 내면이 드러나고, 필사적으로 운명에 저항하던 그들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순정만화 특유의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면서도 황야의 천사들에서부터 쌓아온 역량이 이 작품을 통해 보다 업그레이드되어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해준다. 배경하나하나 세심함이 느껴질 정도로 작가가 작품 속에서 쏟아낼 수 있는 것들을 부여하였고 고스란히 작품을 통해 펼쳐질 수 있었다.
79년 데뷔 이후 현재까지 오랫동안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는 히가와 쿄코는 이 작품을 통해 정점에 달했다는 느낌이 든다. 바람의 저편 이후에도 이전만큼 왕성하진 않지만 꾸준히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주관적으로도 그렇고 객관적인 지표를 봐도 이 작품만큼의 무게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 스스로도 아마 다시는 그리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 될 정도로 바람의 저편은 작가가 완성해 낼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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