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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숨(EXHALATION)

sungjin 2020. 12. 8. 17:04

테드 창의 SF 단편들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들은 언제나 다채롭다. 생명과학 같은 기본적인 과학의 영역에서부터 양자역학, 열역학 등 깊이와 중량감으로 다가와서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버거울 수 밖에 없는 과학의 카테고리를 넘나들며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풀어나간다. 특히 단순히 과학이라는 설정에 치우치면서 지적인 역량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이라는 법칙 안에서 자유롭게 발휘된 상상력을 통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딘가의 환상이 아니라 현실에 내려와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이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생활 속에 위치한 테드 창의 소설은 하드 SF가 지닌 묵직함이 느껴지는동시에 일상 속에서 익숙함이 함께하는 친근함이 느껴진다. 때문에 테드 창의 SF 소설은 언제나 경이롭다. 과학이 완성한 화려한 미래의 모습들을 나열시키고 묘사하면서 세계관과 배경으로 독자들을 압도하기 보다는 아주 작은 곳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인류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SF가 지닌 본질적인 매력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표제작 (EXHALATION)’을 비롯하여 총 9편의 단편들이 수록된 이번 작품집에서도 이 같은 테드창의 작품이 전해주는 매력은 변함없이 다가온다. 경이롭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과학적 상상력을 이야기 속에 멋지게 녹여내면서 독자들을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 안내한다.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타임슬립이라는 고전적인 테마를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담아내었고 평행세계(여기서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적용시켜)와의 자신의 본질적인 모습을 우연적인 선택지에 의해 바뀌지 않는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신학의 영역과의 교차점을 통해 언제나 그렇듯 SF라는 소설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과거와의 커뮤니티를 통해 시간을 거슬러 자아를 돌아보게 만든다. SF에서 가장 흔한 인간이 창조한 존재의 존엄성에 대해서도 잊지 않고 특유의 일상적 드라마로 구성하고 들려주었다. 

첫페이지를 펼치면서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의 두근거림, 설레임이 전해오기 시작한다. SF소설이 지닌 잠재력이 무한히 펼쳐지고 소설이라는 형식 속에서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를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된다. 마지막 페이지를 닫고 나면 테드 창이라는 이름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내게 된다. 언제 어떤 작품을 독자들에게 선물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라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을 거라는 확신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