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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언제나 환상과 함께 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 속에서 비현실성이 만나면서 오히려 하루키 특유의 모호하게 느껴지는 이미지를 명확하게 만들고 특유의 매혹적인 문장의 느낌들이 자연스럽게 하루키의 중독성 짙은 세계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자신의 사적인 삶의 단편들을 곳곳에 심어 넣고 기-승-전-결이 아닌 기-승-전-전 또는 기-승-승-승으로 마무리되는 듯한 불완전한 매듭으로 다른 작품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힘든 여운의 맛을 음미시켜주면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꽤 오랜만에 등장한 소설인 “일인칭 단수”는 어쩌면 하루키가 그토록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매력은 조금 희석되었을지도 모른다. 삶의 우연적인 인연의 교차점 속에서 일어나는 짧은 에피소드 안에서 지극히 평범하지만 하루키다운 서술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조금은 현실 위에 서서 삶의 파편들을 나열하고 ‘죽음’, ‘음악’, ‘섹스’ 등 하루키의 작품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키워드들이 배치된다. 자신의 삶의 단편의 조각들을 작품 속에 보다 적극적으로 삽입하고 에세이 성격을 지닌 글을 수록한다. 하루키의 작품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는 작품이지만 사(私)소설적인 이미지가 하루키의 환상과 중독성을 희석시켜버리면서 보편적인 삶에 대한 고찰처럼 느껴진다. 어느 덧 황혼기에 접어든 작가가 삶을 돌아보면서 각각의 단편 소설 속에서 스쳐 지나치는 삶의 파편들은 가끔씩 기이하고 신비로움 대신 삶에 대한 여유로움이 느껴질 정도로 삶에 대한 단면들이고 하루키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그나마 환상적인 원숭이의 이야기조차도 평범하게 느껴진다. 오랜 시간 동안 작가의 작품들을 접하면서 하루키 월드에 익숙해진 독자들에게 평범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이번 작품은 하루키의 작품이라는 단어보다는 8편의 단편을 통해 돌아보는 삶의 파편 속에서 탐색하는 지극히 담담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언젠가 하루키의 작품을 읽는 이유에 대해 ‘그냥 하루키니까…’라고 이야기 한적이 있다. 매번 비슷하지만 변주곡 같은 그의 작품 세계를 즐기면서 마치 관성의 법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손이 가고 페이지가 넘어간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슬슬 그 관성마저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황혼기를 보내는 하루키의 삶의 궤적을 따라 그의 작품 역시 황혼기를 넘어 마지막 종착역에 도달하고 있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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