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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츠미 요시히로의 작품은 언제나 지독하다. 지나칠 정도로 현실의 바닥까지 적나라하게 파고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만화가 지닌 강력한 무기라고 할 수 있는 특유의 과장과 말도 안 되는 엉터리를 자유롭게 펼쳐내는 대신 철저하게 현실적인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나가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만화의 장점을 버리고 제한된 연출과 표현방식으로 삶의 모습을 조명해 나간다.

이 같은 작가의 스타일은 동경 표류일기라고 붙여진 일련의 단편집을 동해 더욱 확연하게 경험하게 된다. 지독한 현실의 바닥에서 처절하게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전쟁 이후 고도의 산업사회로 성장해가는 이면에 짙게 드리워져 있는 어두운 단면들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면서 때로는 현실감이 지나쳐버린 나머지 이제는 더 이상 경험할 수 없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있어 마치 환상처럼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동경 표류일기는 만화에 있어 리얼리즘이란 실사 같은 그림이나 연출이 아니라 본질적으로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과 묘사에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현실감 넘치는 극한의 데셍력이 자아내는 사진 같은 그림 대신 만화 특유의 간략하게 묘사된 캐릭터와 배경에서도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강렬하고 인상 깊게 전달할 수 있는 호소력을 지닐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목소리를 깊고 강렬한 울림을 만들어 낼 수 있고 만화에 있어 현실적이라는 의미가 시대와 삶이 녹아 있는 이야기와 연출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모습을 통해 만화에 있어 리얼리즘이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었다.

동경 표류일기를 감상한다는 것은 다쓰미 요시히로의 작품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다. 동시에 만화에 있어 현실감이란 무엇인지를 느끼는 것이기도 하다. 일련의 단편들로 구성된 단행본이지만 단편들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시대의 그림자와 삶 속에서 만화가 매개체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면 어떤지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