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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1파운드의 복음

sungjin 2019. 7. 30. 18:25

1파운드의 복음을 읽으면서 잔잔한 감동을 느끼고 감상하는 내내 웃음을 잃지 않는다면 권투선수로서 필수적인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감량에 실패하는 주인공과 주인공이 한눈에 반해버린 수녀님의 러브스토리가 아니라 주인공이 매번 상대하는 상대선수들의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것은 포기해도 복싱을 좋아하는 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서민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누군가는 새로 태어날 아이의 아빠이고, 누군가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자신의 재능을 믿고 있다 주인공의 럭키 펀치에 KO패를 당하는가 하면, 여전히 권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현재의 생활 속에서 틈틈히 권투에 매진하는 사람들도 있다. 권투에 재능이 없지만 좋아한다는 마음만으로도 링 위에 서는가 하면, 나약한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권투라는 것을 통해서 도전하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어딘가의 환상이 아니라 다소 사회적으로 소외된 곳에 위치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저마다의 행복을 가진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내일의 향해 희망을 채워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소소하지만 웬지 모를 미소가 끊이지 않는 것도 자신들에게 부족한 것 이상으로 풍요로운 것들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스한 감성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 따스한 감성이 웃음과 함께 한다. 복서와 수녀님의 알콩달콩한 러브스토리의 묘미도 작품을 읽는 큰 즐거움이지만 작품 속에서 펼쳐지는 엉뚱하지만 웬지 현실에 있을 것만 같은 사람들의 사람 속에서 전해오는 즐거움도 작품 속에서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예측불허의 황당함이 만들어 내는 절묘한 타이밍의 개그 감각도 기발하지만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웃음을 만들어내는 연출에 더욱 감탄하게 된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상황과 지극히 일상적인 대사가 예기치 못한 곳에서 합쳐지면서 삶의 애환을 느낄 수 있는 페이소스가 가득한 일상의 소박한 웃음으로 전해져 온다.

작가의 애정이 작품 속에서 느껴질 정도다. 살인적인 주간연재를 하면서도 잊지 않고 부정기적이긴 하지만 연재를 이어오고 있었고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작품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작품이 완결되기까지의 오랜 시간 동안 변해버린 세월의 흐름 속에서 추억이 곳곳에 삽입되어 페이지는 넘기는 것만으로도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애틋한 향수가 느껴진다. 불편함이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과거의 모습 속에서 더 이상 보기 힘들어진 풍경들이 작품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다.

작품이 처음 연재했던 시간도 오래 전 일이지만 작품이 완결 된지도 꽤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흘러버린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함 없는 모습으로 간직되어 있는 이 작품은 추억의 책장을 넘기듯 언제나 잊고 있던 시절의 감동을 간직한 채 변함없는 웃음과 감동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