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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이누야시키

sungjin 2019. 5. 6. 21:06

 

"내가 죽으면 과연 가족이 나를 위해 울어줄까? 우는걸까?"

 

우연히 소유하게 된 강대한 힘, 세상을 구할 수도 멸망시킬 수도 있는 힘을 지닌 두 사람의 대립되는 행보를 통해 바라보는 인간성에 대한 의미의 탐구, 익명성의 뒤에 숨어서 무서울 정도로 사람의 존엄성을 난도질하는 네티즌, 집단의 폭력과 개인의 폭력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오쿠 히로야의 이누야시키는 SF에서 흔하디 흔한 클리셰로 뭉쳐진 작품이다. 이야기의 모티브나 주제,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이제까지 SF를 통해서 꾸준히 감상했고 끊임 없이 고민하고 탐구하던 테마들이 작품 곳곳에 펼쳐진다. 인류사회의 고도화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파생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문제들을 담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고독한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설령 그것이 삐뚤어지고 일그러진 형태라고 해도 가슴 속 한구석에 담고 있는 일그러진 마음을 대변하듯 기이할 정도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동시에 이누야시키는 오쿠 히로야의 작품 공식이 더해지면서 보다 매력적인 작품으로 다가오게 된다. 뜬금없이 나타난 설정은 마지막까지 친절하게 설명하기는커녕 결국 공백을 남긴 채 마무리 된다. 이야기 전개는 파격적이고 지나칠 정도로 급하게 회전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런 작품의 설정과 이야기 전개에 불만을 가지기 보다는 당연하게 납득하고 넘어가게 된다. 곳곳에 오류가 느껴지고 구멍이 발생하더라도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게 된다. 간츠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누야시키에서도 작가는 초반에 펼쳐놓은 수많은 복선과 장치들을 퍼즐처럼 완벽하게 맞추어가기 보다는 공백을 남겨놓고 독자들에게 공백을 채워놓게 만든다.

 

웬지 불편함이 가득한 캐릭터와 환상적인 메카닉 디자인은 오쿠 히로야의 펜선이 자아낼 수 있는 최고의 마법이 되어 보는 이들을 사로잡게 된다. 생각해 보면 작가의 작품을 보게 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오쿠 히로야의 펜이 만들어내는 그림의 힘은 작가 고유의 스타일을 지닌 채 다른 어떤 작품에서도 느낄 수 없는 오쿠 히로야식 스타일리쉬함으로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미지의 존재를 디자인함에 있어서 언제나 상상 이상의 이미지를 구현화시키고 디테일하면서도 감각적인 메카닉 디자인은 언제나 새롭게 파격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만화를 구성하는 다른 것들이 엉망이라도 오쿠 히로야가 작화를 맡으면 일단 감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작가의 펜선에서 뻗어나가는 작품의 매력은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오쿠 히로야만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 될 정도다.

 

오쿠 히로야의 작품은 만화라는 매체의 매력을 정말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한장한장의 그림의 조각들이 이어지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만화의 특징을 통해 이야기마저도 파편처럼 흩어진 채 완벽한 조립이 되지 않더라도 작품을 완성시킨다. 읽는 매체이기도 하지만 보는 매체이기도 한 만화의 지면위에서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쉬함을 독특하게 펼쳐내면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클리셰로 뭉쳐진 작품이라도 작가의 손을 거치면 독특하게 완성된다. 이누야시키는 이 같은 오쿠 히로야의 작품의 매력을 다시 한번 확인 시켜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