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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리 콘스탄티노프는 한권의 책 속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삶과 작품 세계를 담아내었다. 여기저기 잘라서 붙이고 새롭게 탄생시키는 콜라쥬 기법을 통해 작가는 복잡하고 다층적으로 얽혀 있는 도스토옙스키의 삶과 작품 세계가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파노라마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인격적으로 불안정할 수 밖에 없었던 대문호의 굴곡진 삶의 여정들과 쉴새 없이 폭풍이 휘몰아 칠 수 밖에 없었던 대문호의 작품들이 지면 위에서 글과 그림으로 파편화되기 시작한다. 치열하게 전개되는 그의 작품과 그의 삶만큼 단행본 안에서도 치열하게 배치되고 나열되고 복합적인 의미를 중첩시켜 나간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살려 특유의 그림의 힘과 글의 힘 그리고 두 가지를 조합하면서 완성할 때 나오는 시너지가 더해지면서 도스토옙스키의 궤적을 따라가게 된다.

 

이제까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살아나가 시작한다. 가난한 사람들에서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 이르기까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불안정하지만 치열하고 무서울 정도로 광기를 보여주었던 전율이 다시 한번 전해오게 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삶의 궤적을 다시 한번 머리 속에서 그려나가게 된다. 비탈리 콘스탄티노프가 얼마나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하는지, 얼마나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이해하고 있는지, 그의 삶을 누구보다 열심히 탐구해 왔는지가 느껴질 정도다.

 

책을 읽으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도스토예프스키의 모습을 알게 된다. 분명히 읽었던 작품이지만 이해하지 못했던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세계를 새롭게 알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잊어버렸던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 희미해져가던 도스토예프스키의 삶의 궤적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게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문호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금이라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한 책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지만 보다 깊이 파고 들 수 있도록 새롭게 이해시키기 위한 도스토예프스키의 팬들을 위한 책이다. 도스토예프스키를 알면 알수록 더욱 더 즐거울 수 밖에 없는 책이다. 때문에 이 책을 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책장에 있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서적들을 꺼내어 다시 한번 읽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비탈리 콘스탄티노프의 그래픽 노블을 읽게 될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세계를 알면 알수록 즐거움이 늘어나게 만드는 작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