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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몽(銃夢, Gunnm, Battle Angel Alita)이라는 작품은 작품의 세계관, 캐릭터, 연출과 이야기 구성, 주제에 이르기까지 작품을 구축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매력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정도로 추천하고 싶은 만화이기도 하지만 그 시대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이기 때문에 현재는 더욱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 당시 신인이였던 작가의 열정과 함께하며 굉장히 역동적인 연출을 통해 작품의 속도감을 극대화할 수 있었고 자렘과 고철마을로 분리되어 있는 사회의 계층의 기묘하고 이질적인 모습을 통해 매력적인 세계관을 탄생시켰다. 그로테스크한 셈세함마저도 독자들을 사로잡아버릴 정도로 총몽의 세계관을 무엇이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었다.

 

빈민촌 같은 고철마을의 분위기는 다채로운 사이보그의 전시회장이 장터에서 펼쳐지는 듯한 왁자지껄한 느낌이라면 동경의 상징으로 생각되었던 공중 도시 자렘의 삭막함은 그야말로 고철마을의 대극에서 극단적인 이미지를 대립시킬 수 있었다. 현상금 헌터와 모터볼 레이서를 거쳐 자렘의 에이전트로 활약하는 갈리의 여정은 기갑술을 사용하는 갈리의 무술만큼이나 호쾌하고 신속하게 흐르면서 마지막까지 작품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카르마를 주제로 작품의 일관적인 키워드를 배치시켜 독자들의 궁금증을 키우면서 마지막에 펼쳐진 충격적인 진실과 결말은 총몽이라는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배경이 얼마나 압도적인지는 느끼게 하였으며 행복한 결말을 보여주었던 엔딩을 통해 깊고 긴 여운을 남기며 감동을 줄 수 있었다.

 

액션만화가 갖추어야 할 화려함과 속도감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강렬하게 연출될 수 밖에 없는 모터볼 레이스를 감상하면서 흐르는 긴장감, 감추어진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다가오는 반전의 미학, 사이버 펑크적인 이미지가 만들어 내는 기묘한 감각 등 총몽을 감상하는 내내 자신도 모르게 전율을 느끼게 된다. 이야기의 힘이 있고 연출의 힘이 있고 캐릭터의 매력이 넘친다. 총몽이라는 거대한 세계관을 공유하고 다양한 이야기와 배경들을 확장시켜 확장시켜 나가면서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되고 스쳐 지나가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놓치지 않게 된다. 극단적인 대비되는 자렘과 고철마을을 비교하면서 작품을 관통하는 갈리의 활약은 유고의 슬픔과 져슈건의 카리스마, 덴의 치열한 의지와 투쟁심을 이어받으며 캐릭터의 매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하였으며 노바의 존재와 카르마라는 단어, 그리고 공중도시 자렘의 진실을 통해서 세계관의 더욱 더 단단하게 구축하였다.

 

연재 당시 자렘 이후의 이야기를 지나칠 정도로 빠르게 마무리 하며 독자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하였지만 결과적으로 9권이라는 단행본의 여정을 마무리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결말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진실 이후 파괴되는 세계 속에서 새롭게 피어난 희망의 모습들, 그리고 마지막에 퍼기어와 재회하는 엔딩은 어쩌면 이 작품이 전해 줄 수 있는 최고의 해피엔딩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