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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진행하면서 작품의 세계관에 수정이 가해지는 경우는 드물지 않지만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의 경우에는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될 설정까지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부터 연표를 통해 모두가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그 과정을 즐겨달라는 작가의 말과는 달리 설정은 물론이고 이야기의 결말에도 조금씩 수정이 가해지면서 작품의 지탱하는 가장 큰 버팀목이였던 설정의 잦은 변경은 필요 이상으로 독자들에게 혼란만 더해주며 설정놀음이라는 비난까지도 듣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이번에는 지금까지의 변경관리 수준이 아니라 뼈대만 유지만 전혀 다른 작품으로 리부트 되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게 된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거나 모순이나 구멍을 보완하기 위해서 작품을 개편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외적인 사정이 겹치고 작가의 개인적인 의도가 더해지면서 이제까지의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를 포함하기 힘들 정도로 리셋을 시켜버린 것이다. 단순히 각종 용어와 메카닉 디자인만 바뀌었으니 문제 없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독자도 있지만 실제로 읽다 보면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외면을 받아도 할말이 없을 정도로 작품을 뒤엎어버린 것이다. 처음 세상에 이 작품이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이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었던 팬들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수준의 리부트였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과거의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를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영원히 과거의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의 팬으로 남아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새로운 신간이 나오면 어김없이 단행본을 구입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하게 된다. 많은 것이 바뀌었고 도저히 허용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지만 작품이 지니고 있는 매력은 여전히 작품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고 과거의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를 생각한다면 혼란스럽긴 해도 본질적으로 파이브 스타 스토리가 지니고 있는 재미의 힘은 여전히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우주적 신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압도적인 스페이스 오페라의 서사시를 완성한다. 섬세하면서도 매혹적인 메카닉 디자인을 감상하면서 반할 수 밖에 없는 로봇에 대한 순정이 살아나게 된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모습을 보면서 페이지 마다, 그리고 컷 하나하나마다 감탄사를 지르게 된다. 중후한 이미지를 펼쳐내면서 수천년의 시간의 흐름이 만들어 내는 압도적으로 방대한 연대기 속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서사시들이 자연스럽게 파편처럼 흩어지면서 거대한 세계를 완성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아주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아기자기함과 디테일함을 심어놓고 독자들에게 깨알같은 웃음을 선사한다. 성단력에 따라 흐르는 대규모 전투, 우주 곳곳에서 대활약을 펼치는 기사들의 이야기와 기사와 함께 활약하는 로봇(모터헤드)과 파티마의 존재, 그리고 아득한 과거에서부터 머나먼 미래를 오고 가며 펼쳐지는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의 세계 곳곳에서 익살 넘치는 웃음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었고 번뜩이는 센스가 돋보이는 연출들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여러가지 장난기 넘치는 작가의 센스와 유쾌한 에피도스 재미있는 캐릭터들의 매력들이 더해지면서 자칫 중후하고 무거워 질 수 도 있는 작품을 가볍고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는 프롬나드로 바꾸어 버린다. 지극히 고전적인 테마와 주제를 가지고도 재기발랄한 이야기로 변화시키고 압도적인 스케일로 탄성을 지르게 만드면서도 동시에 기발함에 박수를 보내게 만든다.

 

이른바 설정 놀음이라는 비난 아닌 비난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이야기가 지닌 힘을 잊지 않고 있었고 세계관은 어디까지나 작품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기본 틀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어린 시절부터 보아오던 전통적인 이야기 구성을 지닌 드라마성이 살아 있었고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동화 같은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머나먼 미래의 신화를 완성하는가 하면 눈앞에서 펼쳐지는 유쾌한 코메디를 즐기면서 웃을 수 있었다. 화려하고 멋진 가시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웬지 어설픈 매력을 부여하여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캐릭터적인 재미를 극대화 할 수 있었다.

 

이미 구축된 세계와 연대표를 통해 역사의 페이지를 발췌하여 감상하는 듯한 이 작품은 결국 작품의 배경으로 설정되어 있는 방대한 세계관 속에서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어 다채롭게 즐길 수 있었고 새롭게 리부트 된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라고 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우리는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라는 작품을 즐기는 방법을 알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