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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이야기를 보면서 감탄사를 지르게 되는 이유는 이야기의 힘이 아니라 그림의 힘, 연출의 힘이 넘치기 때문이다. 지나칠 정도로 과도한 집착으로 완성된 남자이야기는 지독할 정도로 처절하게 마초이즘을 추구하였고 이를 극대화하면서 강력한 컷을 그려나가고 완성시켰다. 작품을 보는 동안 반복해서 중량감을 실었고 보는 이들을 압도시키는 거대함을 보여주면서도 치밀할 정도로 디테일하게 묘사하였다. 강렬한 이미지를 가득 담았고 수많은 철학적이고 현학적인 대사들을 띄우면서 작품의 분위기를 한층 묵직하게 색칠하였다. 시작부터 펼쳐지기 시작하는 붕괴는 작품에 대한 신뢰감을 확실하게 구축해 버릴 정도로 남자이야기에서 권가야는 혼신의 역량을 쏟아 부었다.
과학의 힘으로 탄생된 무기와 통신수단, 교통수단이 금지된 멸망 이후의 세계는 이제는 흔하디 흔한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모습이지만 이을 통해 가장 전형적인 세계관을 배경으로 가장 독특한 이야기를 펼쳐나가기 시작한다. 무협과 SF의 만남은 특별함이 지니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이 작품에서 보여준 무협과 SF의 만남은 특별함을 지니고 있었다. 힘이 지배하는 사회에 피라미드의 하층에서 활약하는 대도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남자이야기는 거침없이 나아가는 대도오가 사용하는 부엌칼처럼 생긴 기형도 만큼이나 기이하다. 칼의 길이만큼이나 짧지만 강렬하다. 단순하지만 심오하다. 말은 짧고 생각은 많으며 독자들 역시 재미와 혼란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면서 집중하게 된다. 빽빽하게 인쇄된 현학적인 문장을 감상하며 생각에 잠겨 들고 디테일하게 묘사된 그림을 감상하면서 작가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치열한 전투의 현장에서 펼쳐지는 힘이 넘치는 연출에 탄사를 지르게 되고 뜬금없이 찾아오는 혼란스러움이 의도하지 않은 즐거움을 준다. 힘이 넘친다는 이유만으로 작품에 대한 평가를 높일 수 있다면 남자이야기는 단점들마저도 상쇄시켜버릴 정도로 힘이 넘친다. 작가의 힘, 대도오의 힘, 전투의 힘, 문장의 힘, 세계관의 힘 등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이 독자들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다.
이야기가 완결되지 않았음에도 미결이라는 아쉬움보다는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는 즐거움에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배경과 대도오라는 원작 소설, 그리고 작품을 구성하는 세계관을 통해서 프롤로그에 보여주었던 의문점이 해소되었기 때문에 이 작품이 마지막 완결점을 찍었다고 해서 크게 이야기를 소모하는 과정에 있어서 달라지는 점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보여준 남자이야기의 모습만으로도 이 작품의 매력이 충분히 전달 될 수 있었고, 작가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히려 이야기의 후반이 공백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작품을 보다 미완의 걸작으로 남겨둘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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