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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나보코프의 책을 읽으면서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처음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에는 마냥 즐겁기만 했는데 작가에 대해 알게 되고 작품에 대해 알게 될수록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부족한지, 그리고 작가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부족한지 깨닫게 됩니다. 지금 다시 절망에 대해 이야기 하라고 한다면 아마 절대로 못할 겁니다. 롤리타의 미학에 빠져드는 일도 없을 겁니다. 재능을 읽었냐고 물어본다면 아니요!!라고 대답하고 사형장으로의 초대의 내용이 무엇인지 묻게 되면 몰라요!라고 대답할 겁니다.

서배스천 나이트의 진짜 인생을 읽으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읽을 때만 하더라도 실체가 모호한 주인공이 타인의 삶의 궤적을 그려가면서 완성해낸 퍼즐의 마지막은 여기저기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음에도 다 읽고 난 이후 작품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면 작품 속에서 동일시 되고 있는 나보코프의 자전적인 삶의 궤적을 몰랐고, 허구와 실재의 모호한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의 장난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스스로에게 실망하게 됩니다.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작품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더 작품에 대해 알 수 있었다면 좋았을거라는 아쉬움이 남게 되죠. 나보코프의 삶의 궤적은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읽으면서 제대로 겹쳐내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생기게 됩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작품을 얼마나 더 접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분명 이 작품은 나보코프의 작품 세계를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을 더해줄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사형장으로의 초대에서 친친나트가 사형을 당해야 했던 이유가 그려질 수 있었고 러시아어와 영어권의 걸쳐 있는 나보코프의 작품 세계와 삶의 궤적을 다시 한번 따라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나보코프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소설이기 보다는 나보코프의 작품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작품이다라는 정도로만 이야기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