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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즈카 오사무는 방대한 작품 세계만큼이나 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많을 수 밖에 없었다.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이든 부정적인 평가이든 자칫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작품론마저도 테즈카의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는 생각보다 쉽게 이야기하게 된다. 테즈카의 작품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었고 그의 작품을 즐기는 사람들만큼 많은 생각들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오히려 테즈카의 작품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는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또 다른 생각으로 납득하게 되고 작품 해석에 대한 다양성을 누구나 받아들이게 된다. 테즈카의 작품은 엄청난 작품의 양적인 규모만이 아니라 작품세계에서도 양적인 규모로 쏟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사이토 지로의 아톰의 철학(원제 : 테즈카 오사무가 원했던 것)”은 이처럼 방대한 테즈카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때 가장 먼저 추천하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이 작가의 작품 세계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는 없지만 작가의 작품 세계에 접근하는 방법이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법에 있어서, 그리고 테즈카 오사무의 작품 세계를 표면적으로나마 이해함에 있어서는 굉장히 좋은 서적이라고 생각한다. 테즈카의 작품 세계를 이야기하면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함께 생각할 수 있는 눈높이를 지니고 있었다. 저자인 사이토 지로 역시 테즈카 만화를 즐겨보던 독자이며 오랜 팬이라는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에 누구보다 진솔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 테즈카의 작품을 전혀 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테즈카의 작품 세계를 떠올릴 수 있게 하였다. 아마 테즈카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는다면 테즈카 오사무의 작품을 찾게 되고 당연하다는 듯 팬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테즈카 오사무의 작품세계는 친숙하면서도 깊이를 지니고 있었고, 깊은 만큼 묵직하게 작품세계를 이야기한다. 동시에 그 무거움을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정도만큼 즐거움을 함께 담아내었다.

 

한 권의 단행본 속에 테즈카의 작품 세계를 담아낸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수많은 작품의 수만큼이나 수많은 주제를 담아내었고 같은 주제라도 전혀 다른 시각에서 풀어나가는가 하면, 같은 이야기라도 전혀 다른 주제를 담아내면서 말 그대로 모든 다양성을 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권선징악이라는 고전적인 주제는 물론이고 절대악의 승리 또는 선한 이들의 파멸 같은 극단적인 내용도 담아내면서 작품의 스펙트럼의 한계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만화가 들려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었던 작가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고 접근함에 있어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테즈카의 작품 세계,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테즈카 오사무가 원했던 것이라는 테마에 가장 부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영원성을 담아내었다. 사회와 사회가 만들어 내는 수많은 갈등을 해결하고 싶었던 작가의 목소리를 대신 전해주었고, 개인의 내적 갈등에서부터 계층의 외적 갈등에 이르는 과정을 작품 속에서 하나하나 풀어나가고 있었다. 저자 스스로도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작가에 대한 누가 되지 않게 최대한 3자의 시각에서 자신의 솔직한 감정들을 들려주고 있었다. 생명, 전쟁, 역사 등 이야기하고 싶었던 테마를 분류함에 있어서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각각의 테마에 맞는 작품을 선정함에 있어서도 자신의 시각에서 균형 있게 선정하였다. 각각의 작품을 이야기함에 있어서도 기본적인 이야기의 줄기와 주제를 엮어가면서 쉽게 풀어나갔으며, 작품에 대한 해설을 하면서 누구보다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아마 저자는 이 책을 읽고 테즈카의 팬이 되기를 바라는 것 보다는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테즈카의 작품을 알게 되기를 바랬을 것이다. 테즈카의 작품을 접하게 된다면 테즈카 오사무의 팬이 되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