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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ISHIMORI Hiruyuki/SHOGAKUKAN
니시모리 히로유키의 오늘부터 우리는!!은 작품이 연재되었던 선데이에서의 위치도 대단했지만 일본의 만화사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트렌드를 반영하면서 동시에 예상치 못한 캐릭터를 만들어내었다는 점에서 만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선데이 증간호에서 출발하여 본지로 연재잡지를 이적하여 성공한 만화였고, 80년대에서 90년대 중반 소년선데이의 최전성기 시절 흔들림 없이 작품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마무리 되었기에 현재에 와서 더욱 높이 평가 받는 작품이기도 하다.(실제로 연재가 길어지고 끝내야 할 때를 놓치면서 망가진 작품들을 생각한다면 이 작품의 완결은 그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가치가 있다.)
(C)AOYAMA Gosho/TAKAHASHI Rumiko/ADACHI Mitsuru/SHOGAKUKAN
80년대에서 90년대의 소년 선데이는 그야말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황금기였다. 일본의 국민작가이자 천재여성만화가로서 명성을 쌓은 타카하시 루미코가 우루세이 야츠라-란마 1/2-이누야샤를 연재하면서 선데이에서 3연타석 홈런을 날리던 시기였고, 유우키 마사미는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를 연재하면서 다양한 미디어와의 융합과 각각의 매체의 특성에 맞는 오리지널리티를 살려내면서 헤드기어라는 창작집단의 컨텐츠 활용 모델을 보여주었다. 터치라는 작품으로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었던 아다치 미츠루는 러프와 H2라는 걸작들을 계속해서 연재하고 있었고, 후지타 카즈히로의 우시오와 토라(요괴소년 호야)도 이시기에 연재하였다. 그리고 21세기까지 남아 홀로 선데이를 먹여살리고 있는 아오야마 고쇼의 명탐정 코난도 이 때 등장하였다. 119 구조대의 소다 마사히토, 스프리건-암스의 미나가와 료지, 미츠다 타쿠야의 메이저 등 당시 드래곤볼과 슬램덩크를 필두로 발행부수 650만부라는 신화를 썼던 주간소년점프에 명성에 묻히긴 했지만 하나하나 연재작 라인업을 살펴본다면 역대급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훌륭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 시기였다.
오늘부터 우리는!!이라는 작품은 이 시절 선데이에서도 상당히 두드러지는 작품이였다. 처음 이 작품은 주간소년선데이가 아닌 선데이 증간호에 연재하다 주간소년선데이로 이적해서 연재한 작품이라는 점도 있지만(작품의 주인공처럼 이 작품도 사실 전학생이였던 것이다!) 당시 유행하던 학원폭력물의 정석적인 모습들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학원물의 모델을 성공시켰기 때문에 선데이 뿐만 아니라 일본 만화사에서도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작품이였다.(사실 이 작품에서 처음 시도한 것은 아니였지만 이정도까지 성공시킨 작품은 없다. 4,000만부라는 판매량은 의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비즈니스가 아니다.)
(C)Masanori morita/SHUEISHA
동시대에 연재하였던 대표적인 학원(폭력)물을 꼽게 된다면 아마 모리타 마사노리의 로쿠나데시 블루스(국내명 비바 블루스)를 떠올리게 된다. 주간소년점프에서 88년부터 96년까지 연재한 이 작품은 시기적으로 오늘부터 우리는!!과 동시대에 연재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대표적인 학원이다. 학원폭력물의 교과서에 가까울 정도로 정석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영향력도 엄청나서 당시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던 학원폭력물의 상당수가 이 작품을 연상시킬정도였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꾸준하게 사랑받으로 오히려 시대가 흐를수록 평가가 올라가며 지금도 이 장르에서 탑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혈과 우정이라는 고전적인 테마를 당시 소년점프 특유의 분위기 속에서 훌륭하게 녹여내면서 진지함 속에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재미있는 만화가 무엇인지 보여준 로쿠나데시 블루스는 지금와서 본다면 특출날 것이 없는 작품일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그 전형적인 구성과 이야기가 정정당당하게 연출된 점이 기본에 충실한 만화로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던 것이다.(사실 이 같은 장르의 만화는 매거진이 강세였음에도 불구하고 화제작은 점프에서 나오게 된다. 그만큰 그 시절의 점프는 대단했다.)
(C)NISHIMORI Hiruyuki/SHOGAKUKAN
오늘부터 우리는!!은 로쿠나데시 블루스의 반대편에서 출발하는 작품이다. 만화의 본질적인 재미의 추구에 있어서는 지향하는 바가 같지만 그것을 표현함에 있어서는 당시의 필수적으로 사용되던 요소들을 배제시키고 철저하게 작가의 고집으로 완성하였고 신인다운 패기와 열정이 더해지면서 작가 자신도 다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정정당당하게 사나이의 뜨거운 주먹이 오고 가야함에도 불구하고 비겁함을 전면에 내세우고 작품 속 인물들은 물론이고 작품을 감상하는 독자들까지 치를 떨게 만든다. 뜨거운 열혈을 불태우며 사나이의 혼을 불러일으키기는 커녕 냉철하고 비열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승리로 이끈다. 그리고 악당보다 악당 같은 모습으로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게 된다. 지독한 장난마저도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즐거움을 담았고, 곳곳에서 펼쳐지는 작가의 개그 센스는 이 같은 웃음의 요소들을 극대화 시킬 수 있었다. 학원폭력물이라는 장르에 대한 거부감마저도 상쇄시킬 정도로 이 작품에서 쏟아지는 웃음의 폭탄들은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작가의 화풍에 맞물려 최고의 무기가 될 수 있었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와중에서 작가는 가장 기본적인 모습을 지키고 있었고, 이런 장르에서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야한 농담이나 장면들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고 연출하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이 작품은 더욱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 순수하게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의 매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고 이 작품을 평가함에 있어서 현재까지도 캐릭터의 매력은 소년만화에서 독특함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이런 작품들은 원패턴성을 지니고 있어서 특유의 중독성 강한 오락성으로 인해 작품이 늘어지고 결국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우리는 결국 매너리즘에 빠진 작품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수도 없이 목격해왔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이 작품은 떠나야 할 때를 알고 작품을 마무리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가장 오늘부터 우리는!!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작품보다 성공한 작품도 많고 이 작품보다 훌륭한 작품은 많지만 이 작품처럼 마지막까지 박수치며 떠나보 낼 수 있는 작품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현재까지도 이 작품이 사랑 받는 이유 그리고 이 작품의 동시대를 함께한 독자들이 아니라 이후의 세대들에게도 여전히 사랑 받을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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