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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불새 by 테즈카 오사무

sungjin 2018. 11. 1. 21:19


테즈카 오사무에게 있어서 불새란 어떤 의미일까? 자신의 라이프 워크? 대표작? 완결점?여러가지 의견이 오고 가고 다양한 결론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정답일 정도로 불새라는 작품은 테즈카의 작품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방대한 깊이와 무게를 자랑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의 스케일은 물론이고 에피소드마다 엮어지는 이야기의 순환 구조는 불새라는 작품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 테즈카 오사무의 작품 전체로 뻗어나가며 테즈카 오사무 월드의 가장 큰 테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한편 한편 감상할 때마다 놀라지만 전권을 다 읽고 나면 더더욱 놀라게 된다. 아주 작은 부분에서부터 시작해서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작품 세계에 압도당하고 디테일함에 수없이 다시 보게 만든다. 작품을 평가함에 있어서 그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웬지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불새라는 작품은 단순히 테즈카 오사무의 작품 세계에서만이 아니라 만화라는 장르 전체에서도 독보적일 정도로 놀라움 가득한 작품이다. 만화가 연출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가장 정석적인 연출을 보여주면서 독특하고 실험적인 연출을 선보인다. 자신의 작품 세계의 매너리즘에 푹 빠져 있는 듯 하면서도 한층 더 성장해진 테즈카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성장통을 보여준다.  스토리와 플롯이 구성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였고 무한히 엮어지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가며 불새 시리즈를 하나의 거대한 알레고리를 완성할 수 있었다. 곳곳에 메타포를 드러내면서도 은연 중에 작가의 목소리를 묵직하게 담아내며 주제의식을 펼쳐내었다. 무한히 뻗어나가는 불새의 영원성 이상으로 테즈카는 이 작품을 영원불멸의 걸작으로 영원히 보존하였다.

 

아니 만화라는 장르가 아니라 우리가 즐길 수 있는 문화의 영역으로 확장시켜도 그 놀라움은 여전하다.고의 시절부터 현재로 달려오면서그리고 머나먼 미래로부터 현재로 거슬러 오면서 불새의 이야기는 수많은 교차점을 만들어 낸다. 테즈카 월드의 교차점은 물론이고 역사의 교차점, 그리고 가상의 미래마저도 현재와 교차시킨다. 이야기를 구성하고 들려준다는 점에서 불새는 그야말로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훌륭하게 구성하였다. 단순히 내용이 재미있다라는 수준이 아니라 끊임없이 탐구하게 만들고 가슴 속 깊숙하게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수도 없이 읽으면어서도 변하지 않는 재미와 감동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매번 새롭게 느겨질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기호의 형태로 시각적인 전달을 함에 있어서도 불새는 놀라움의 연속이였다. 영상매체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기법은 물론이고 패러디와 해학이 어우려지며 테즈카 특유의 익살기 가득한 연출을 더하면서 시각적인 매체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펼쳐내었다. 2차원의 지면 위에서 테즈카는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활용하여 작품 내에서 능동적으로 작용하도록 하였고 파격적인 실험성마저도 익숙하게 만들 정도로 지속적으로 독자들에게 새로움을 전해주고 있었다. 그림과 글로 이루어져 있는 만화라는 매체가 얼마나 강력한 문화인지를 증명시켜주었고 얼마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얼마나 인상적인 순간의 장면을 담아낼 수 있는지를 가르쳐 준다. 만화라는 엉터리의 힘과 함께 그림이 만들어 내는 디포르메를 최대한 활용하였고 종위 위에 칸과 프레임으로 제한된 영역이 아니라 오리혀 이것을 활용하면 더욱 더 다양한 가능성을 지닐 수 있다는 만화의 잠재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알다시피 불새는 미완의 작품이다. 12부로 구성되어 홀수는 태고로부터 미래로, 짝수는 먼 미래에서부터 과거로 거슬러오며 현재로 마무리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자민 개별적인 에피소드로의 완결성이 뛰어나고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마지막 태양편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작품의 완결점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현재까지 완성되어 있는 구성만으로도 충분히 완결성을 지니고 있다. 미완의 작품임에도 작품의 전체 구성에 있어 부족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는 사실은 얼마나 작가가 이 작품을 구성함에 있어 천재성을 발휘하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증거이기도 하다. 만일 이 작품에 서운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면 미완으로 끝났기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훌륭한 작품이 여기에서 멈출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일 것이다. 이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니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