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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즈카 오사무의 캐릭터들은 대부분 양면성을 지닌 채 작중에서 활약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 다른 사회의 갈등을 다루기 위해 중간적인 입장을 지닌 캐릭터를 사회와 사회의 경계선상에 배치하였다. 그리고 이 같은 캐릭터는 각 사회의 부딛힘 속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갈등을 정면에서 받아들이면서 저마다의 정외를 외치는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때로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중계인이 되어 작품에서 대활약을 펼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아톰은 이 같은 테즈카의 작품 성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캐릭터이다. 사고로 잃어버린 아들을 대신하여 사랑 받는 존재로 탄생된 아톰은 성장하지 않는 로봇이라는 이유로 결국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게 된다. 사랑의 대상으로 출발한 아톰의 존재는 결국 증오의 존재가 되었고 인간으로 살아갔던 로봇이라는 정체성은 인간과 로봇이라는 계층의 중간에 서서 끊임없이 갈등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가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아톰의 정체성은 이후 테즈카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테즈카 오사무를 대표하는 마스코트 캐릭터가 되었고(생전에 테즈카는 아톰에 대해 만들지 말았어야 하는 캐릭터라고 하였다. 하지만 독자들은 여전히 아톰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보여주었고 지금도 테즈카 오사무를 상징하는 마스코트로 활약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아톰이야말로 테즈카의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캐릭터라고 봐도 되지 많을까 생각한다.) 세대와 성별을 넘어 국가를 넘나들며 사랑을 받았다. 이후 테즈카 오사무의 작품속 캐릭터들은 소재와 장르에서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중성을 지닌 채 작품 속에서 활약하게 된다. 대립되는 집단 사이에서저마다의 정의의 부딛힘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이해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싸움을 종결시키기 위해 자기희생의 정신을 보여주며 독자들을 감동시키게 된다. 전쟁이라는 최악의 시기를 정면에서 경험하였던 그는 현세대들에게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그리고 다음 세대에는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작품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고 때문에 양쪽 모두는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를 통해 갈등의 중심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 같은 캐릭터는 이해의 영역을 넘어 자기희생을 통해 무한한 사랑을 독자들에게 주었고 독자들 역시 캐릭터에게 무한한 사랑을 보내게 되었던 것이다.

 

아톰보다 먼저 발표되었던 정글대제의 주인공 레오는 아톰과 함께 초기 테즈카의 작품에서 대표적인 자기희생의 캐릭터로 평가 받고 있다. 인간과 동물의 갈등 속에서 태어난 인간의 말을 하는 흰사자 레오는 인간사회 속에서 자라났지만 결국 동물들의 사회속에서 지도가로 활약하게 된다. 인간사회와 동물사회를 모두 이해하고 있었던 레오는 범 인류적인 자기애를 통해서 테즈카의 철학을 완성시킨 캐릭터이기도 하다. 극한의 남극에서 자신을 죽여 고기는 식량으로 가죽은 추위를 이기기 위한 외부로 활용하라는 말을 남기고 인류에게 월광석을 전해준 레오의 마지막은 테즈카가 평생에 걸쳐 이야기해 온 작품의 대표적인 주제이기도 하다. 붓다에서 언급되었던 불 속으로 뛰어든 토끼의 우화에서도 알 수 있듯 세대나 인종, 국가간의 갈등을 뛰어넘는 범 인류애적인 사랑의 모습은 이후 테즈카의 작품 속에서 꾸준히 반복되면서 테즈카의 작품이 왜 그토록 많은 이들을 감동시키고 사랑 받을 수 밖에 없는지를 확인시켜주었다.

 

필연적인 갈등을 일으킬 수 밖에 없었던 계층과 계층의 부딛힘 속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해 고민하고 두 사회의 조화를 위해 희생하는 레오의 모습은 과거 테즈카의 초기 작품에서도 그리고 후기작품에서도 계속해서 투영되어진다. 생전 수많은 작품을 발표하였고 수많은 캐릭터를 창조한 테즈카 오사무 월드에서 자기희생으로 대표되는 캐릭터가 레오인 점도 동물의 사회를 이끌었던 레오가 마지막에는 인류에 대한 사랑으로 보답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리본의 기사는 초기 테즈카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이중성이 돋보이는 캐릭터다. 천사의 장난으로 남자의 영혼을 가진 채 여자의 몸으로 태어날 수 밖에 없었던 샤파이어의 모습은 테즈카의 캐릭터가 지닌 이중성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어떤 식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던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순정만화라는 것에 대한 정의가 정확하게 규정되어 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리본의 기사는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새파이어라는 캐릭터의 존재를 각인시킬 수 있었다.

 

성별에 대한 정체성에 혼란을 지닌 채 갈등하는 캐릭터는 테즈카의 초기 SF 단편 중 하나였던 메트로폴리스밋치에서도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밋치의 경우는 중성적 캐릭터였고 실제 밋치의 위치는 아톰에 가까웠다. 자신의 정체를 모른 채 인간에게 배신당하고 결국 인간에 대한 증오를 키워가던 로봇이였던 밋치는 테즈카의 초기 이중성을 상징하는 원석에 가까웠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리본의 샤파이어에서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만화라는 매체가 세분화되고 파생되는 과정에서 규정되는 모에적인 요소와 여성향 중심의 특성들, 그리고 소녀만화라는 모호한 경계선상에서 샤파이어라는 캐릭터는 다양한 부분에서 양면성을 보여주었다. 단순히 남자와 여자라는 성별의 이중성만이 아니라 소년만화와 소녀만화라는 이중성에 이르기까지 리본의 기사는 단순히 캐릭터를 넘어 만화라는 매체의 발전에 있어서 새파이아와 리본의 기사는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톰과 레오, 그리고 샤파이어는 테즈카 오사무의 작품 세계를 이해함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라이프 워크로 대표되는 불새, 테즈카 최대의 베스트였던 블랙잭 등과 비교한다면 다소 중량감이 떨어져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이 캐릭터들은 테즈카에게 있어서 소중한 캐릭터이고 독자들에게 있어서도 소중한 캐릭터일 것이다. 그리고 이 세 명의 캐릭터가 활약을 펼친 ‘철완아톰’, ‘정글대제’, ‘리본의 기사’ 역시 소중한 작품일 것이다. 테즈카 오사무가 평생에 걸쳐 이야기 하고 싶었던 목소리가 담겨 있고 평생에 걸쳐 창작해오던 캐릭터들의 원석들이 담겨 있다. 소중한 추억의 보물상자를 여는 느낌으로 볼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반짝임이 담겨 있다. 그런 의미에서 테즈카의 대표적인 캐릭터 탑3를 꼽게 된다면 위 3명이 아니였을까라고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