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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느끼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은 폭풍이 몰아친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불쑥 등장해서는 쉴새 없이 떠들어 댄다. 롤리타의 작가 나보코프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은 언제나 술집에서 싸움판이 벌어지는 것 같다라는 평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때로는 횡설수설하면서 읽고 있는 독자들도 횡설수설하게 만들어 버리곤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도스토예프스키가 떠드는 장광설에 함께 참여하게 된다.
악령은 특히 더 난잡하다. 프롤로그를 읽을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파국으로 달려나갈 줄은 생각도 못했다. 스따브로긴의 등장 전까지만 해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서사에 앞으로 벌어질 사건들이 충격적이더라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정신이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서 몰아치기 시작한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선사하는 사상의 집합체를 기대하면서 다시 읽어도 여전히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다. 작가의 철학과 사상을 느끼기 전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주인공의 여자관계, 동료들의 기묘한 연결고리, 다양한 이벤트와 사건사고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드라마는 점점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결말은 파국을 향해 무자비할 정도로 미친 듯 달려가기 시작한다. 살인이 일어나고 폭동이 일어난다. 무(無)라는 재능을 가진 주인공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방향을 이끌어가면서 작품 속에서 절대적인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무라는 존재만으로 복잡하게 엮이기 시작하고 난잡하게 꼬여가기 시작한다.
민족성의 발현이 종교라고? 인신론의 끝은? 악령이 몰려온다구요! 무신론과 무정부주의로 무장한 악령들이… 난 신이 될거예요. 자살을 통해서… 등등 악령이야말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사상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악령을 읽으면서 정말로 홀려버린 것은 관념이 아니라 파국적인 이야기와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무(無)는 아마 도스토예프스키 작가 자신도 다시는 만들어 내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야기는 갈수록 충격적이고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리자와 다샤 등 여성 캐릭터의 매력이 더욱 더 높았으면 좋았을거라는 생각도 있지만 역시 스띠브로긴의 캐릭터성을 극대화하면서 작품에서 절대적인 입지를 구축하였기 때문에 악령도 극대화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극단적인 캐릭터들의 성격이 결국 파국이라는 드라마와 맞물리면서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켰고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다양한 관념들이 자연스럽게 독자들에게 흘러들어갈 수 있었다.
책장을 모두 덮고 난 이후에도 악령의 이야기는 전율이라는 여운을 남긴다. 아마 작가도 이 글을 쓰는 동안 무언가에 계속 홀려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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