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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뜩 생각나서 다시 한번 첫 장을 넘기며 장미의 이름이라는 책장을 펼쳤지만 좀처럼 책장을 닫힐 줄을 모른다. 읽으면서 느끼는 거지만 움베르토 에코는 정말 작정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소설로 변환시킬까에 대해 고민하면서 완성했구나!”라고 스스로 감탄하게 된다.

 

지금도 여전히 장미의 이름을 읽으면서 수많은 물음표와 마주하게 된다. 나는 이렇게 똑똑한 사람입니다!라고 대놓고 자랑하는 작가의 지식의 홍수 속에 빠져들어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로 독자들을 압살시키지만 그만큼의 즐거움이 함께하기 때문에 기꺼이 익사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 어떤 작품보다 힘들지만 정복하고 싶은 도전 의식이 함께한다.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도 재미를 잃지 않는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완벽한 엉터리를 만들어내는데 재능을 지닌 움베르토 에코의 특기가 빛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가진 지식을 동원해서 가공의 엉터리를 만들어 내는데 총력을 쏟아 붇는다. 이후 움베르코 에코의 작품들이 한결같이 엉터리를 만들어 내는 재미를 즐기게 해주었던 근원이 이 작품 속에 담겨 있다. 작가도 즐기고 독자들도 에코의 엉터리를 즐기기 시작한다.

 

위트와 유머러스함으로 독자들은 입가에 미소를 띄우기 시작한다. 지적유희에 대한 즐거움도 있지만 무지로 인해 자연스럽게 나오는 미소가 함께 한다. 소설이 지닌 가장 본질적인 목적을 잃지 않고 자신이 지닌 지식을 가지고 소설 속에서 자연스럽게 웃음이라는 형태로 발현될 수 있게 하였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범인에 대한 궁금증은 어느 새 머리 속에 사라지지 않을까? 살해 동기와 방법이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 탐정 소설 또는 추리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렸을 뿐 정말로 궁금한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2권의 내용에 대해 에코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가 궁금하지 않을까?

 

누군가를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중세의 역사는 물론이고 철학사와 종교학, 신학과 함께 과학의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고 기호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지니고 있어야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품에 대한 즐거움을 모두 느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 맞는 말이긴 한데 몰라도 괜찮지 않을까? 앞으로도 이 작품을 읽으면서 새롭게 즐거움을 느낄 일이 그만큼 많이 남았다는 사실이 더더욱 독자들에게 즐거움으로 다가올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