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NOTE

루드비히 B.

sungjin 2018. 4. 30. 13:48


이 소리의 의미를 당신이 아나요?

당신 외에 이 방에 있는 자는 모두 압니다!

이건혁명의 소리예요!

낡은 인습을 깨부수고 새 시대를 고하는 소리죠!

 

저도언젠가 그 소리를 찾아내어 작곡할 겁니다.

 

저는살아 있는 동안 반드시

귀족이 제 음악 앞에 무릎 꿇도록 만들겠어요!!

 

영원한 침묵의 세상이 오기 전에 자연의 모든 소리를 기록하고 싶었던 베토벤의 이야기를 다룬 루드비히 B.’는 작가의 사망으로 완결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읽는 이들에게 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동시에 평생에 걸쳐 만화라는 기호가 가지는 본질적인 재미의 힘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감동을 선사하고 있었다.

 

음악이라는 청각적인 감각을 만화라는 시각적인 형태로 구현하고 그 어떤 베토벤의 이야기보다 강렬한 이미지로 완성하였다. 음표 하나하나의 움직임이 베토벤의 천재성을그리고 작가인 테즈카 오사무의 천재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면 위에서 펼쳐지는 음악의 힘을 만화라는 형태로 바꾸어 전달하고 있었다. 혁명의 태풍이 몰아치던 시대 속에서 불꽃 같은 열정으로(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불사르듯 작가 역시) 베토벤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여전히 만화라는 엉터리의 힘들 실어 강렬하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의 재미를 더하기 시작한다. 루드비히라는 이름이 평생에 걸친 복수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프란츠의 이야기를 베토벤의 맞은편에 위치시켜 다양한 모차르트와 하이든 등 역사적인 실존 인물들과 만화만의 오리지널 캐릭터가 프랑스 혁명이라는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다채롭고 다양한 교차점을 지나면서 이야기를 풍부하고 재미있게 만들어 나간다. 무거운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무게에 침몰하지 않도록 위트 넘치는 센스로 환기시켜주며 때로는 허탈할 정도로 현대적인 감각들을 작품 속에 삽입시켜 놓았다. 언제나 그렇듯 보는 내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할 수 밖에 없는 재미와 함께 깊은 감동의 여운이 작품 속에 녹아들어 있었고 독자들의 가슴 속에 전달 될 수 있었다.

 

이야기를 결말은 확인할 수 없기에 분명 아쉬움은 크지만 죽기직전까지 작품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전하고 싶은 주제는 충분히 전달되었기 때문에 결말에 대한 아쉬움 보다는 마지막까지 이런 작품을 독자들에게 선물해 줄 수 있었다는 감탄과 고마움을 가지게 된다. 천재의 이야기는 언제나 재미있지만 이 정도로 재능이 빛나는 작품을 만나는 것은 좀처럼 흔치 않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음악의 힘을 만화라는 매체의 힘을 통해 훌륭하게 표현한 작가의 천재성 역시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