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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이 당신에게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해주었다고 생각합니까?”라고 묻는다면
“교과서에서만 머물러 있는 김승옥의 가치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어 주었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싶다.
‘서울 1964년의 겨울’의 충격은 한동안 교과서에서 김승옥의 이미지를 불편하게 만들었고 이후로 김승옥의 작품을 일부로 찾아 읽는다거나 관심 있게 보는 일도 없었다. 책을 읽다보면 수없이 듣게 되고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작가임에도 김승옥의 작품을 멀리하게 된 이유도 개인적인 성격상 처음 접하게 된 작품의 이미지가 마음 한 구석에서 거부감의 형태로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게 있어서 김승옥은 ‘교과서’에서만 존재하고 있었고, 그곳에서만 가치를 지닌 작가였던 것이다.
‘무진기행’을 접하게 된 이유도 어쩌면 교과서의 연장선상에서였는지도 모른다. 물론 중고등학교의 교과서는 아니지만 ‘한국문학전집’이라는 형식의 모음집을 통해서 만났으니 말이다. 마치 책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당연시되는 것처럼 권하고 있기에 의도하지 않음에도 자연스럽게 ‘무진기행’을 읽을 수 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무진기행’을 알게 된 행운, 그리고 김승옥이라는 작가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행운을 접하게 되었다.
어촌으로 발전하기에도, 농촌으로 발전하기에도, 그렇다고 도시로 성장시키기에도 접합하지 않은 가상의 마을 ‘무진’, 흔히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하기엔 부족할 수 밖에 없는(자랑할 것이라고는 흐리게 만드는 ‘안개’뿐 인…) 마을에서 작가는 소설을 구성하는 문장을 읽는 맛을, 단어를 느끼는 맛을 전해주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감각이 넘친다. 온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사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느낌이다. 음미할 수 있는 문장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이 살기에 좋은 마음은 아니기에 무진은 평화롭고 한적한 마을이 될 수 있었고, 잠시나마 휴식을 줄 수 있는 편안함을 지니게 되었다. 지친 일상에 아주 작은 일탈만으로도 세상이 달라보이듯 아주 짧은 무진기행을 통해 현실에서 일탈한 주인공처럼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지닐 수 있었다. 바로 지금 곧 현실과 마주해야 하는 피곤함이 있더라도 지금 이 순간 만큼은 가만히 쉴 수 있는… 작고 짧은 일탈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움을 채울 수 있었다.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아니 오히려 암울할 수 밖에 없는 과거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음에도 세월의 흐름 속에 완성된 무진의 추억은 현실에서 벗어난 일탈 속에서 삶의 가치를 일깨워 주었다.
짧은 이야기이기에 짧은 일탈이 될 수 밖에 없는 무진기행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멋진 작품이 될 수 있었다. 과거의 추억들이 어떠한 형태로 기억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도 또 다른 삶의 일탈을 즐길 수 있는 시간만 있다면 삶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을 들려주었다. 일상 속에서 파편화된 일탈은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기에 더더욱 무진기행의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다가올 수 있었다.
흐릿한 안개로 이미지화되어 있는 무진이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서 만큼은 뚜렷하게 남아있을 것만 같다. 아니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무진기행을 읽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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