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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죽음의 한 연구

sungjin 2014. 3. 13. 08:24

 

 

개인적으로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를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을 이야기하게 된다면 ‘저항감’이라는 단어를 선택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작품 속에 배치 된 상징성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면서 유기적인 의미를 새롭게 자아내고 확대시키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작품의 해석에 대한 장벽이 높아진 탓도 있지만 끊임없이 탐구를 거듭할 수 밖에 없는 문장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경험하고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한다. 누군가의 죽음을 완성하며 마지막에는 자신의 죽음으로 마무리한다. 기본 뼈대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지만 죽음을 사이에 둔 삶의 또 다른 형태이기도 하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이해할 수 없는 사고의 장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작품 속 주인공의 행위처럼 “마른 늪에서 물고기를 낚아야만 하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 놓았다.

 

익숙하지 않은 방언들로 이루어지는 대사들로 인해 작품은 더욱 투박하게 느껴진다. 방언이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특유의 구수하고 소박한 서민의 느낌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음이 만들어 낸 어려움이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접근성을 더욱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잔인한 살인 사건과 함께 방언을 통해 자아내는 투박함은 작품 속에서 더욱 거칠고 험한 단어들을 사용함으로 인해 저항감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작품에서 손을 뗄 수 없는 이유는 묘하게 구성된 체계와 작품 속 배경으로 등장하는 유리라는 마을, 그리고 일반적인 국어의 사용에서 벗어난 듯한 문법과 무지막지할 정도로 방대한 철학적 결합이 만들어 내는 난해함에서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는 감탄사 때문일 것이다.

처음 불교적 사고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기독교과 결합된다. 기독교는 불교적 윤회사상과 결합되고 연금술의 의미로 확장된다. 그리고 한자로 응용되고 물리적 성질로 설명된다. 공간과 시간을 수학적 형식을 도입하고 도형으로 완성시킨다.

 

국어에서 좀처럼 쓰이지 않는 문장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처음부터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나 익숙하지 않은 문법의 잦은 사용은 책의 내용과는 관계없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40일로 구성 된 시간적 흐름, 33세라는 주인공의 나이, 스승과 제자의 5와 6으로 이어지는 이름 구성 등 수많은 상징성들은 다양한 사유 속에서 함축성을 강화시키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수수께끼 같은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책을 이해하기 보다는 형식과 풀이방법에 더 묘미가 있는 것처럼 처음부터 압박하던 저항감은 조금씩 도전하고 싶은 재미로 변해가고 익숙하지 않은 것들은 새로운 경험의 재미로 변해가기 시작한다.

 

각운을 살린 산문시의 느낌을 살리면서 자신도 모르게 낭독하는 버릇까지 만들곤 한다. 분명 이 작품은 꽤나 많은 노력을 요할 수 밖에 없는 힘든 작품이지만 자꾸만 책장을 넘길 수 밖에 없는 매력을 지닌 작품이기도 하다. 죽음의 한 연구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탐구에 탐구를 거듭할 수 밖에 없는 깊은 사고의 바다 속에서 허우적거릴 수 밖에 없음에도 마지막까지 발버둥 치고 싶은 작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