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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레이버는 어찌보면 유키 마사미에게 있어서 과도기적인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초기에 발표하였던 작품들이 소년지 특유의 활기가 돋보였다면 패트레이버 이후로는 점차적으로 현실감이 부여되면서 드라마적인 성격이 강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좌충우돌 펼쳐지는 우당탕탕 같은 느낌에서 점차로 안정적이고 차분한 느낌으로 작품 스타일이 변하면서 유키 마사미의 작품 세계는 소년지의 느낌보다는 청년지의 느낌으로 다가오게 되고 결국 철완버디(영선데이 리뉴얼판)을 기점으로 청년지에서 완전히 자리잡게 된다.(‘그루밍 업’같은 걸작이 객관적인 평가에서 최고가 될 수 없었던 이유도 작품 자체의 문제보다는 작품이 연재했던 소년선데이라는 환경 탓이 아니였을까? 물론 이 작품이 완벽하다고 평가하기에는 다소 느슨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만화라는 매체에서 드라마적인 느낌을 이렇게 훌륭하게 연출해 낼 수 있는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그루밍 업’은 저평가되고 있는 작품으로 취급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유우키 마사미는 가장 드라마같은 만화를 그릴 수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소년지와 청년지의 경계에서… 그리고 유우키 마사미의 작품 세계에서 “궁극초인 알~”과 “그루밍 업”의 경계선상에서 패트레이버는 유우키 마사미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린 소년만화가 될 수 있었다.
패트레이버가 선보이는 사건들은 현실적이라기보다는 비현실적이다. 특히 세세한 설정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비현실성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된다. 물론 패트레이버에서 다루는 사건들은 현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때로는 리얼함을 넘어서는 통찰력을 발휘되는 부분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만화라는 매체의 특성에서 표현될 수 있는 현실감이 돋보였기 때문이지 이 작품이 실사 영화나 드라마로 표현된다고 가정하고 패트레이버의 이야기들을 머릿속에 그려본다면 얼마나 ‘만화적’인지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트레이버를 평가함에 있어서 ‘현실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까지 높게 평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단순히 만화적 현실감을 소년지라는 한계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일상의 모습을 그린다고 현실감 있는 것이 아니며, 철저한 고증과 논리, 과학적 지식으로 무장한다고 해서 현실감 있게 묘사한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 작품을 감상하는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는지, 작품을 통해 느껴지는 것들이 얼마나 황당한지 아니면 쉽게 공감하게 되는지에 따라서 만화에서의 현실감은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특히 만화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과장이나 엉터리 등을 무기로 발달해 오면서 만화라는 매체의 탄생 이후 짧은 시간에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현실감은 만화라는 특성이 가진 강력한 무기를 버리는 것과 같다. 때문에 지나친 현실감은 만화의 장점을 잃어버리고 독자들로 하여금 외면 받을 지도 모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만화 즉 그림은 아무리 훌륭해도 사진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태생적으로 그림이 사진을 뛰어넘게 된다면 그것은 과장을 통해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고 이야기의 힘과 상상력의 힘을 더하면서 영화적 연출과는 차별적 노선을 걸을 수 밖에 없다. 물론 극화가 발달하면서 만화의 표현에 있어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여전히 만화에서 주류로 사용되는 연출은 과장된 연출과 상상력이 결합된 자유로운 연출에 있다.) 특히 패트레이버가 연재되었던 주간소년선데이 같은 소년지라면 현실감을 부여하고 리얼하게 연출하는 것은 더더욱 잘못 된 방향일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패트레이버는 유우키 마사미의 과도기적인 만화적 리얼리즘이 구현되면서 우연적(?히트를 기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만화적이지만 현실감이 살아 있다. 얼핏 큰 테두리 안에서는 만화적 설정이 풍기지만 사소한 부분에 있어서는 매우 현실감이 넘쳐난다. 작은 일상의 웃음이 적당하게 만화특유의 과장된 코믹스러움과 함께하면서 소년지의 메인 독자층에게 충분히 눈높이를 맞출 수 있었고 보다 높은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었다. 유우키 마사미가 그루밍업 이후 패트레이버를 발표하였거나 궁극초인 알 이전에 패트레이버가 세상에 나왔다면 이 같은 결과를 얻기 힘들지 않았을까? 이전에 발표되었다면 패트레이버 특유의 현실감은 사라지고 일상의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허공에 떠 다녔을 것이고 이후에 발표되었다면 지나칠 정도로 현실감 있게 진행되다가 결국엔 소년선데이에서 낙오하였을 지도 모른다. 억측이긴 하지만 “패트레이버”라는 컨텐츠가 유우키 마사미와 함께 오시이 마모루, 이토 카즈노리, 이치부치 유타카, 타카다 아케미로 구성 된 이른바 “헤드기어”라는 공동의 창작집단의 공유적인 성격이 강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OVA, TV애니메이션, 극장판으로 이어지는 미디어에 자칫 그 존재감마저 잃어버렸을 지도 모르는 사태를 맞이하였을 지도 모른다. 유우키 마사미의 이름은 사라지고 만화판 패트레이버의 독립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기획용 컨텐츠의 일부로 평가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패트레이버”는 유우키 마사미의 이름을 걸고 당당하게 자리잡을 수 있었다. 주간 소년선데이 역사상 손꼽히는 히트작이 될 수 있었고, 유우키 마사미의 대표작이 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과도기적인 경계선상에서 소년만화 특유의 활기와 만화적 연출이 패트레이버라는 컨텐츠가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특유의 현실감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매력 넘치는 작품, 누가 읽어도 재미있는 작품, 그리고 세월이 지난 지금 봐도 변함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패트레이버라는 만화는 어때요?’라고 질문을 받을 때 작품을 읽은 분들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대답을 하게 될 것이다.
“밸런스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고, 코믹한 연출이 곳곳에서 터질 때가 있어요. 날카로울 정도로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면서도 침몰할 정도로 무겁기 보다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가벼움이 있거든요. 가볍다고 해서 주제 의식을 놓치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아요.”
“현실적이예요. 정말로 현실적이라기 보다는 뭔가 미묘하게 설득력이 있어요. 레이버의 탄생 배경도 그렇고 레이버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아주 사소한 부분에 일상적인 모습들이 반영되어 있어요. 만화 같은데 드라마 같다고나 할까요? 말이 모순적인가요?”
“분명 만화적 연출로 과장되어 있는데도 만화 특유의 허풍보다는 현실적인 느낌이 있어요.”
“이야기의 흐름이 상당히 안정적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이란 작품들은 연재가 길어지면서 잠시 이야기의 흐름이 방황하면서 딴 길로 새기도 하는데 패트레이버는 마지막까지 바빌론 프로젝트와 그리핀과의 대결이 일관성 있게 구축되어 있어요. 중간 중간 쉬어가는 에피소드도 적절하고… 그리핀과의 대결이 종결되면 새로운 장을 펼쳐내면서 장기연재로 접어들게 되고 그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발생하거나 패트레이버라는 작품의 기둥이 비틀어질 가능성도 있었는데 끝내야 할 때 잘 마무리 된 것 같아요. 아! 솔직히 결말은 다소 아쉬움이 있긴 한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식으로 완결되어 오히려 다행인 것 같아요.”
물론 많은 독자들의 의견이 일치될 수 없기 때문에 위와 같은 호평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패트레이버는 소년선데이에서 유우키 마사미가 “궁극초인 알”과 “그루밍 업” 사이에 연재하면서 절묘한 타이밍에 절묘한 밸런스가 유지되는 작품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헤드 기어”의 탄생과정에서 ‘패트레이버’라는 컨텐츠가 공유되면서 재미있는 사이드 스토리를 통해 그 어떤 만화에서도 즐기기 힘든 “패트레이버 by 헤드기어”의 재미가 가득했다.
다시 한번 패트레이버의 페이지를 넘겨보자. 한 장 한 장 넘어가면서, 한 권 한 권 쌓여가면서 패트레이버라는 작품에서 변함없는 유우키 마사미의 센스가 넘치고, 특차2과의 유쾌한 일상이 다가올 것이다. 어딘가의 환상이 아니라 마치 정말로 우리가 사는 이 곳에서도 웬지 일어날 수 있을 있을 것만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물론 여전히 만화 같은 엉터리라는 사실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유키 마사미의 마법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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