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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요! 안다구요! 무엇이 문제인지 충분히 안다구요!

왜 그렇게 비판받는지 누구보다 잘 알아요!

왜 그렇게 찬사받는지도 안다구요!

이 작품에서 작가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아요!

 

소설이잖아요! 영화를 보면서도 악당의 매력에 반할 때도 있잖아요!

소설이니까 이런 이야기들을 극한까지 펼쳐나갈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소설이니까 이런 사상들을 과감하게 몰아붙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독서의 즐거움을 즐길 수 있도록 이토록 재미있게 펼쳐낸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다구요!

이런 소설을 읽는 재미마저 허용할 수 없다면 소설을 읽는 즐거움은 반감될 수 밖에 없다구요!"

 

프로메테우스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자신이 가져다 준 불의 해택을 누리는 인간들이 행복해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까? 적어도 현재 자신이 매일같이 시달리는 고통을 생각한다면 인간들이 자신이 현재 겪는 고통에서 해방은 시켜주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까마귀들만큼은 자신의 심장을 더 이상 쪼아먹지 못하도록 노력해야 했던 것은 아닐까?

 

에인 랜드는 아틀라스에서 이 같은 물음표를 던지기 시작한다. 아주 거대하고 무거운 물음표를 말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아인 랜드는 자신만의 정답을 정해놓고 자신이 던진 물음표에 마침표를 찍는다. 인간의 삶에서 추구해야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진정한 미덕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 행복은 삶에 있어서 어떻게 완성되는지에 대해 처음부터 정해진 해답을 따라 흘러가기 시작한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어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단 하나의 진실을 완성해놓고 세상을 움직이는 선택 받은 지식인들의 가치를 자신만의 사상으로 구현해 나간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세상은 잠시 정지할 뿐이지만 소수의 엘리트들이 파업을 하면 세상은 망할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결말을 통해서 말이다. 무조건적인 분배와 경쟁이 없는 극단적인 형태의 평등사회를 설정하고 객관주의, 자유주의 논리를 정면에 위치시켜 선과 악의 개념을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의 입장에서 무조건적인 희생과 정당한 거래 사이에서 작가는 묵직한 소설의 양만큼이나 묵직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 자체는 간단하다. 복잡하게 얽히는 일없이 처음부터 확실한 해답을 지닌 작품답게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밀어붙인다. 어떠한 반전이나 예상하지 못한 숨겨진 또 하나의 진실을 이면에 감추지도 않는다. 오직 처음부터 가장 강력하고 묵직한 직구로 작가는 승부해 온다. “존 골트가 누구요?”라는 문장으로 대표되는 미스터리는 처음부터 목표가 정해져 있었고 세상을 움직이는 지식인들의 파업은 어느 정도 예상한 형태로 진행된다.

 

비교적 간단하게 구성된 플롯의 배치와 흐름, 등장인물의 제한된 역할과는 달리 작품 속에 내재되어 있는 사상은 치열하고 묵직하다. 방대한 이야기로 독자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방대한 철학과 사상으로 독자들을 쉴 새 없이 밀어붙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강력하고 묵직한 직구로 승부하듯 아인 랜드는 자신의 사상을 쉴 새 없이 밀어붙인다. 기승전결, 강약 조절, 높고 낮음의 흐름도 없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전력투구를 하듯 강력하게 논리를 전개하며 마지막에는 거대한 태풍에 파괴된 것처럼 압살시켜버린다.(존 골트의 라디오 연설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몰아치는 에인 랜드의 객관주의 철학은 독자들로 하여금 거대한 해일에 맞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에인 랜드의 사상에 무너지게 만든다.)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이 만들어 내는 치열함이 조금씩 평등과 분배라는 이름 하에 혼란스런 형태로 사회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시장의 자유주의 경쟁의 의미는 마치 유토피아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것처럼 소설은 완성된다. 본질적으로 자선은 미덕이 아니라 악이라는 논리로 귀결될 수 있을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만들어내는 개인의 자기이익이 행복의 추구로 이어지는 객관주의 철학은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침식해 가고 사고를 지배해 버리고 만다. 논리적 결함과 개연성 없는 이야기 전개, 황당함을 넘어서는 이야기마저도 작품을 읽는 동안 납득시켜 버린다. 자신의 철학과 사상을 담아 소설이라는 형태로 전달함에 있어 에인 랜드는 누구보다 작품 속으로 독자들을 몰입시키는 재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에인 랜드의 재능은 자신의 사상과 철학이 집대성 되어 있는 이 작품을 통해서 가장 강력한 형태로 발휘되었다. 도저히 읽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다. 밤을 새면서 읽어나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재미라는 측면에서 이 작품이 면죄부를 받게 된다면 아틀라스는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하고 싶을 정도다. 문학적 완성도가 아니라 철학과 사상을 소설이라는 형태를 통해 집대성되어 구현되고 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평가할 때 아틀라스는 분명 찬사를 받을만하다고 생각한다. 쉴 새 없이 자신의 철학은 몰아붙인 에인 랜드 이상으로 독자 역시 이 책의 페이지를 순식간에 넘겨나가게 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태커드 철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