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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겔 데 우나무노의 소설이 맞아요?
모범 소설이라면서요?
내게 있어서 이 소설은 우나무노의 사상이 투영된 novela가 아니라 novel로 느껴진다. 특유의 현학적 대사를 남발하면서 깊은 생각의 공간으로 유도하기 보다는 이야기의 흥미로움을 극대화하면서 작품 속 드라마에 집중하도록 만들게 된다. 특유의 언어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독특함이나 간략화되고 단순화되어 있는 서술로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가기 보다는 엽기발랄한 비극이 함께하는, 그리고 단숨에 대중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간편한 편의점 같은 세편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눈부신 아름다움을 간직한 여자가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역동적인 심리 상태를 보여주면서 믿음이라는 상황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상천외한 이야기, 충격적인, 그리고 진부한 결말로 마무리하는 ‘더도 덜도 아닌 딱 완전한 남자’, 기묘한 삼각관계를 통해 두 여성의 내면의 욕망을 파고들어간 ‘두 엄마’, 사회적 규범과 윤리적 틀을 넘어 가문의 전통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여준 ‘룸브리아 후작’은 우나무노식 막장 드라마의 즐거움을 담았다. 작품을 해체해서 분석하지 않아도 표면에 드러난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소설의 기본적인 재미를 담아서 가볍게 페이지를 넘기면서 우나무노의 작품이라는 무거움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물론 ‘모범 소설’이라는 표제를 달면서 우나무노의 무게와 깊이가 여전히 살아 있을 수 밖에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서문’에서 보여준 우나무노의 소설에 대한 생각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모범 소설’이라는 제목을 부여하게 된 이유를 밝히면서 우나무노식 현실감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문학이라는 형태를 통해서 사실적인 것을 구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이번에 보여준 ‘모범적인 소설’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이후 이어질 세편의 소설을 통해서 외형적인 묘사나 대화가 아니라 내면적인 형태의 사실주의,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과 심리를 그려나가는 것이야 말로 소설이 구현하는 리얼리즘의 모범적인 모습이라고 이야기한다.
‘서문’ 역시 또 하나의 소설로 규정하면서 특유의 실험성이 반영된 소설의 구성이 주는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우나무노 고유의 독특한 재미가 함께 한다. 작가적 개입을 통해 독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처음부터 못박아버리고 시작하면서 서문을 포함한 네편의 소설을 통해 소문에서 들려준 문학적 사고를 독자들에게 씌우고 이후에 들려주게 될 세편의 이야기에 투영 시키도록 한다. 자신의 소설의 본질적인 모습은 우나무노의 의도에 의해 생각 된 소설로 바뀌어 독자들에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모범 소설’이라는 표제를 해석하면서 느낄 사고의 치열함이나 ‘서문’에서 이야기하는 난해함들은 잠시 접어두어도 되지 않을까? 서문에 이어 계속 될 세편의 소설들이 주는 재미를 생각한다면 시작부터 문학적 해석을 위한 투쟁에 사고를 소비해 버리는 것은 웬지 아까운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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