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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사랑과 교육

sungjin 2013. 4. 20. 16:49

 

 

우리는 영혼의 불멸을 믿지 않기 때문에 이름이라도 남기기를 원하지. 이름 속에서 우리가 이야기되고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서 영원한 삶을 얻으려는 거야. 어찌 보면 불쌍한 인생이지.”

 

예술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영원불멸에 대한 목마름에서가 아닐까?”

 

우나무노에게 있어서 죽음을 극복하는 방법은 예술을 통한 불멸을 획득하는 것이였을까? ‘사랑과 교육에서 작가는 표면적으로는 물론이고 은연 중에서도 예술이라는 가치를 통해 이름을 남기는 것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

 

천재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평범한 여성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다방면에 걸쳐 학문을 주입한다. 주변의 환경적 요인이 끊임없이 천재를 육성하기 위한 압박을 하게 되지만 결국 아이는 실험을 받는 몰모트가 아니라 하나의 자아로서 자신을 인식하게 된다.

 

자아를 인식하게 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게 되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과 교육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사랑의 의미는 교육의 의미를 넘어서게 된다. 동시에 사랑의 의미는 위대한 예술을 만드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수많은 학문이 있음에도 문학을 통해 천재를 완성시키려고 했던 것처럼 위대한 문학은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학문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작품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천재가 완성하게 될 위대한 예술은 영원불멸의 의미로 이어지게 된다. 우나무노가 평생에 걸쳐 고민할 수 밖에 없었고 끊임없이 물음표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으며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반복해서 이야기 할 수 밖에 없었던 테마가 다시 한번 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 된다.

 

이야기는 단순하게 짜여진다. 캐릭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배경과 주위의 환경을 생략하고 하나의 캐릭터와 이야기, 사건을 구성하기 위한 설정과 유기적인 플롯 구조마저도 없애버린다.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비교적 쉽게 흘러가도록 전개한다. 장편 소설에서 복잡하게 플롯을 엮어가며 치밀하게 조립하고 캐릭터를 탄생시키기 위해서 수많은 설정을 통해 완성하는 일은 없다. 여기저기 화려하게 달려 있는 수식어마저 없애버리고 의도적인 작가적 개입까지 해가면서 우나무노는 전통적인 소설의 형식을 거부한다. 이 같은 형식적인 특성은 우나무노만의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형식적인 특이함과 함께 그의 소설에서는 언제나 우나무노의 사상을 일관되게 담고 있다. 마치 우나무노는 자신의 고유함을 소설 속에 담아 영원히 간직하고 불멸을 획득하기 위해서 말이다.

 

사랑과 교육은 이런 점에서 전형적인 우나무노의 소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이 작품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교육이라는 테마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계획 된 환경을 통해 주입 된 학습의 결과가 보여준 결말은 전형적이면서도 흥미를 자극하는 이야기의 힘이 느껴진다. 의도적인 계산적 환경에서 성장하는 객체가 자신의 주체성을 깨닫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은 또 다른 드라마적인 즐거움이 함께한다. 때문에 이 작품은 우나무노의 소설이 선사하는 데자뷰가 느껴지면서도 여전히 신선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