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손님 요금이 너무 적은 것 아닙니까?”
“몸이 반쪽 밖에 없잖아요! 당연히 요금이 적을 수 밖에요.”
반쪼가리 자작의 이야기는 선악의 개념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전쟁 중에 반토막이 난 몸은 각각 선과 악으로 분리되면서 악한 행동과 선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선과 악으로 분리 된 몸은 명확한 구분을 가지고 선과 악으로 상징된 역할에 충실하게 행동한다. 악으로 된 몸은 당연히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게 되지만 문제는 선으로 된 몸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지나친 선행이 사람들에게 부담스러워지고 불편하게 된다.
선과 악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분리되어 떨어져서는 안 되고 함께 양립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이탈로 칼비노가 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단순한 이야기만큼이나 이처럼 단순한 사실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였을까?
선과 악으로 구분되는 아니 조금 더 범위를 넓히면 흑백의 이분법으로만 존재할 수 없는... 즉 모호할 수 밖에 없는 존재, 명확하지 않은 양립된 속성을 동시에 지닐 수 밖에 없는 존재에 경계를 그어버리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 밖에 없다는 진리를 이처럼 황당한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선과 악이라는 테마로 단순화시켜 쉽게 접근하였으면 하는 작품이다. 이탈로 칼비노의 작품 세계로 확장시키고 반쪼가리 자작의 이야기를 보다 깊고 넓은 감상을 하는 것보다 선과 악으로 구분되어 있는 명쾌한 이야기, 엉뚱함이 돋보이는 환상 소설의 묘미를 즐기면서 이탈로 칼비노가 선사하는 상상력의 바다 속에 아무 생각 없이 빠져들었으면 한다. 이탈리아의 거장이 선사하는 문학이 아니라 즐거운 상상력이 펼쳐지는 이야기의 매력에 순수하게 다가갈 수 있으면 한다.
작가의 위트와 유머감각은 언제나 작품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굉장히 많은 정보가 압축되어 있는 작품이나, 은유와 상징으로 모호한 의미를 쏟아내는 경우라도 이탈로 칼비노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반쪼가리 자작의 이야기는 이탈로 칼비노의 작품이 지닌 즐거움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엉뚱한 상상력에서 출발하는 이야기, 교묘하게 투영 된 현대인들에 대한 모습, 현대사회의 모습을 겹쳐내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재미있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즐겁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언제나 책장을 덮으면서 생각하게 되는 주제들은 만만하지 않기 때문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나 오히려 처음 읽을 때의 가벼움은 무거워지고 칼비노의 소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접근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번 만큼은 쉽게 접근하고, 단순하게 생각하자. 이탈로 칼비노의 작품이 선사하는 재미있고 무한한 세상은 아직 시작도 안 했으니 말이다.
- Total
- Today
- Yesterday
- 리얼
- 카키노우치 나루미
- 은혼
- 우라사와 나오키
- 밀란 쿤데라
- 카타야마 카즈요시
- 타카하시 루미코
- 제임스 조이스
- 코난
- 이노우에 타케히코
- 타나카 요시키
- 타케우치 나오코
- 아오야마 고쇼
- 테즈카 오사무
- 야쿠시지 료코의 괴기사건부
- 태그를 입력해 주세요.
- 매직쾌두
- 원피스
- 괴도 키드
- 버지니아 울프
- 오다 에이이치로
- 명탐정 코난
- 센티멘탈 져니
- 마츠모토 타이요
- 클램프
- 토리야마 아키라
- 불새
- 센티멘탈 그래피티
- 율리시스
- 아다치 미츠루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