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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아벨 산체스

sungjin 2013. 4. 15. 00:00



카인의 영혼은 질투의 영혼이야.”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는 호아킨과 아벨의 이야기로 새롭게 태어난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환상이 아니라 현실에 발을 내리고 인간의 삶 속으로 들어올 수 밖에 없는 우나무노의 생각들이 무서울 정도로 강렬하게 펼쳐진다. 짧지만 인상 깊은줄거리는 단순하지만 파고 들어갈수록 무거운 이야기와 생각들로 구성 된 아벨 산체스는 이야기의 힘이 줄거리나 플롯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이야기라도 아주 약간만 비틀고 보는 위치만 달리해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현대판 카인과 아벨로 단순하게 정의 내릴 수 있는 이 작품은 수용하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테마를 담아내고 있다. ‘질투라는 현대인들의 숨겨진 본성의 단면을 들추어내고 철저하게 파헤치면서 카인과 아벨이라는 구약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탁월하게 재구성하여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다가올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카인과 아벨이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카인 대신 등장하는 호아킨을 통해 질투에 휩싸일 수 밖에 없는 카인의 괴로움을 폭발시킨다. 아벨을 죽인 것은 카인이지만 동시에 아벨 역시 카인을 죽였다고 이야기하면서 의도하지 않음에도 타인에게 어두운 그늘을 만들어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호아킨의 어두움을 작품에 전체로 확대시킨다.

 

자신의 재능보다는 자신이 지니지 못한 타인의 재능, 자신에게 결핍되어 있는 것을 지니고 있는 타인에 대해 철저하게 대립되는 위치에서 마음의 혼란스러움을 가중시킨다. 마지막까지 교차할 수 없는 평행선처럼 아벨 산체스에서 호아킨이 보여준 심리상태는 치밀하게 분석되어 호아킨의 외적 상황과 함께 정신적 상황을 탐구해 나가며 아벨의 의도하지 않은 가해자로써의 역할을 통해 호아킨과 아벨의 대립관계를 극도의 긴장 상태로 유지시켜 나간다.

 

조금은 다른 형태로 재해석되고 탄생 된 현대판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는 우나무노의 실험적 연출과 함께 하며 독서의 재미를 더해준다. 1인칭과 3인칭을 넘나들며 3인칭 시점의 이야기의 흐름 속에 삽입 된 1인칭 시점의 자전적 수기는 외적인 상황과 내적인 심리 상태가 치밀하게 맞물려 돌아가며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숨겨진 작가의 생각들을 따라가게 된다. ‘질투라는 테마에 카인아벨’, 아니 호아킨아벨이라는 두 캐릭터를 통해 서로에게 가해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숨막힐 듯 빠르게 펼쳐나가며 책 속으로 독자들을 몰입시킴과 동시에 독특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심리분석과 익숙한 신화적 모티브, 그리고 작가의 실험을 통해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