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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아트 온라인이라는 작품에 대해서 언제나 하는 이야기자만 제발 기존의 문학이라는 잣대를 기준으로 삼지 말아달라고 합니다. 라이트 노벨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문학성에 있기 보다는 엔터테인먼트쪽에 있기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 특히 우리가 문학성이라고 부르는 가치에 대해 이 같은 소설들이 함량 미달로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나 피네간의 경야 같은 텍스트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모두 끌어 낼 수 없습니다. 방대한 스케일과 치밀한 구조, 놀라운 반전과 익살스러움 속에 담겨 있는 신화와 현실의 그림자들을 아무리 극한으로 올리고 싶어도 피네간의 경야나 율리시스의 경이로운 위대함에 미칠 수는 없습니다. 톨스토이의 안나 까레니나가 지닌 완벽함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이 보여준 치열함은 현재 문학에서도 좀처럼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눈높이를 낮추어 라이트 노벨에 대한 순수한 즐거움에 다가갈 수 있다면 소드 아트 온라인의 제4부 '앨리시제이션'은 분명 최고의 재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주제를 단순화시키고 가벼운 마음으로 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자아'의 존재와 '생명'에 관한 접근 방식을 생각할 때 꽤나 흥미로운 소재임에는 틀림 없으니까요. 특히 이제까지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수없이 다룬 소재임에도 진부하기 보다는 정공법으로 밀어붙인 전통적, 정석적인 직구 승부가 게임 환타지 속에서 펼쳐지는 라이트 노벨 특유의 재미가 더해지면서 매력적인 작품이 될 수 있었습니다.

 

10권에서는 앨리시제이션의 이야기가 본격적인 전개를 펼쳐가기 시작합니다. 현실의 '리얼월드'와 가상의 '언더월드'로 구분되는 두개의 세계를 교차시키며 리얼월드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전모가 밝혀지게 되고 언더월드에서는 전통적 환타지의 흥미진진함이 함께 합니다. 생명제의 정의와 자아의 형성에 대한 본격적인 고찰이 깊이 있게 다루어지며 앞으로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1부 소드 아트 온라인(아인크라드), 2부 알 헤브 온라인(페어리 댄스), 3부 건 게일 온라인(팬텀 블릿)을 거쳐온 모든 것들을 거대한 프롤로그처럼 만들어 버릴 정도로 4부 엘리시제이션의 이야기는 이제까지 소드 아트 온라인이라는 작품의 에피소드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의 작품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앨리시제이션의 이야기가 전통적인 소년만화의 요소가 가득하고 환타지 특유의 상상력과 검과 마법의 세계의 매력이 가득합니다. 가상 현실이라는 게임적인 요소들로 흥미를 더해주고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과 국가의 거대한 프로젝트(전쟁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목적을 위해)가 치밀하게 감싸면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를 전해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