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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꿈이 계속된다면요?”
보르헤스가 작가생활 후기에 발표하였던 단편들을 모은 ‘셰익스피어의 기억’은 다시 한번 보르헤스의 지적압축과 환상의 극한을 추구하면서 독자들을 단숨에 매료시킨다.
‘셰익스피어의 기억들’에서 펼쳐낸 보르헤스의 환상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모두 걷어버린다. 애드거 알렌 포의 단편에 그토록 찬사를 보냈으며 천일야화에 그토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이유도 보르헤스가 추구하는 작품의 목표에는 언제나 환상이 함께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보르헤스의 작품이 전해주는 환상들은 독자들까지도 매료시킬 수 있었다. 보르헤스의 작품이 지적인 압축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제까지의 소설의 형식을 부수고 새로운 형태로 완성해 내면서 감상하기에 굉장히 어려움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보르헤스의 작품에 반할 수 밖에 없다면 이 같은 환상적인 이야기의 놀라움이 가득하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은 보르헤스의 작품을 이해하나요?’라고 묻는다면 ‘아니요.’라고 대답할지 모르겠지만 ‘보르헤스의 작품은 재미있나요’라고 묻는다면 ‘예.’라고 답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 역시 단순히 지적인 허영심으로 치부할 수 없는 보르헤스만의 독특한 독서의 즐거움이 함께 하기 때문일 것이다. 말로는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해도 일단 읽어보면 전해오는 느낌들은 이제껏 다른 어떤 작품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보르헤스식 지적 유희가 가득하다.
세상의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을까? 예술의 궁극적인 형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까? 시작하는 페이지를 찾을 수 없는 책이 있다고? 그 책은 마지막 페이지도 찾을 수 없다고? 그럼 그 책은 무한한 거란 말이야?
수렴하기도 하고 무한이 뻗어나가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것들로 확장되어가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하나의 절대적 가치에 수렴해가는 이야기가 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과거의 자신과의 만남 속에서 벌어지는 신비로운 이야기가 있고,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제자리를 맴돌 수 밖에 없는 이야기가 있다. 수많은 정보들을 압축하고 이야기 속에 삽입하면서도 의도적인 오류를 범하면서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기도 한다. 독자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생각을 강요하면서 지적인 자극을 멈추지 않는다. 마치 마술이나 마법처럼 알 수 없는 놀라움을 짧은 단편들마다 펼쳐내었다.
때로는 SF와 환타지도 선보이면서 단편집이라는 특성을 활용한 다채로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보르헤스의 작품 스타일이 다른 장르와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면서 보르헤스의 작품이 전해주는 즐거움을 가능성을 확장시키기도 하였다.
보르헤스는 단편만으로도 하고 싶은 것들을 충분히 펼쳐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쓸데없이 길게 풀어 쓸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렇게나 압축하고 생략해 버리면 너무 불친절한 것이 아닐까? 때로는 자세하게 풀어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지만 어쩌면 인수분해된 식을 전개하고 적분을 미분화하는 것과 같은 즐거움이 보르헤스의 작품에 있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아니 설령 이해가 되지 않아도 이렇게 환상적인 메타픽션과 지적압축을 표현한 문장들을 음미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독서의 경험을 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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