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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과 현실… 살만 루슈디의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자주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다.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형태의 소설을 이상적으로 구현함에 있어서 그가 만들어낸 환상은 자신의 시대, 자신이 경험한 시대를 겹쳐내면서 현실 위에 강력한 버팀목으로 세울 수 있는 장치로 활용하고 있었다. 신비롭고 주술적인, 그리고 고유의 정서적 문화적 배경들이 삽입되면서 환상은 더욱 환상적이고 자신이 체험한 동시대의 이야기가 흐르면서 현실감은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오게 된다.
피렌체의 여마법사를 읽으면서 무언가 허전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바로 ‘현실’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살만 루시디가 경험한 20세기의 모습들이 배제되어 있는 무굴 제국의 이야기는 20세기와는 어떠한 교차점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20세기가 배제되어 있는 피렌체의 여마법사는 과거의 시대 속에서 무한한 이야기들을 쏟아내며 그야말로 화려하고 환상적인 최고의 신비로움을 선사할 수 있었다.
무굴 제국에서 피렌체로 이어지는 끈은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를 연상시키듯 환상적인 느낌이 가득하다. 경험하지 못했던 신비로움과 알 수 없는 수수께끼가 피렌체와 무굴 제국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엮어가기 시작한다. 마치 모든 것이 신화처럼 느껴지는 마법 같은 이야기는 작가의 입을 통해 강물처럼 거침없이 흐르고 바다처럼 거대하게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상상 속에서 그려진 여성의 이야기가 현실화되고 여성의 이야기는 마술 같은 이야기들로 구성된다. 모든 것이 신기루처럼 사라질 환상인 줄 알았던 이야기는 마지막에 이르면서 진실로 밝혀지고 이제까지 진행되었던 무한한 이야기들이 마지막을 위해 준비한 거대한 프롤로그와도 같은 놀라움을 선사한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환상이라고 생각했던 이야기는 현실로 바뀌게 되고 살만 루슈디가 만들어낸 장치들이 치밀하게 움직이면서 이야기의 더욱 탄탄하게 만든다.
무굴제국의 공주, 티무르와 칭키즈칸 가문의 고귀한 핏줄은 이은 공주, 무함마드의 후예가 아니라 아담의 후예로 전해지는 공주의 이야기는 무굴 제국에서 페르시아를 거쳐 피렌체로, 그리고 머나먼 아메리카 대륙까지 이어지면서 수많은 교차점을 만들어 낸다. 시간의 전후가 만들어 낸 교차, 동양과 서양이 만들어 낸 교차, 그리고 문화와 문화가 만들어낸 교차점에서 공주의 이야기는 모순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환상 같은 존재, 그리고 천사이면서 동시에 마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조금씩 조금씩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처음에는 지루하게 흘러갈 것 같은 에피소드들이 하나씩 하나씩 쌓이면서 어느 순간부터 거침없이 흐르기 시작하고 무굴 제국에서 피렌체로 시공간을 넘나들며 새롭고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피렌체의 여마법사의 이야기가 살만 루슈디라는 네임밸류에 무언가 허전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허전함 보다는 또 다른 경이로움이 있는 환상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스러운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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