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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수치 by 살만 루슈디

sungjin 2013. 3. 9. 12:20



독재는 언젠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비극이 끝나면 행복이 오게 될까? 아니 또 다른 비극이 새롭게 시작 될 것이다.

혼란이 끝나면 안정과 평화가 온다고? 아니 새로운 혼란의 시작일 뿐이다.

 

파키스탄에서는

 

살만 루슈디가 수치를 통해서 펼쳐낸 이야기들은 그물로 엮어져 있는 것 같다. 몇 개의 이야기 조각들이 접점을 만들어가면서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해 간다. 전체적인 큰 줄기를 중심으로 뻗어 나온 이야기들 역시 종속적인 관계라기 보다는 대등하게 펼쳐나가면서 이야기꾼 살만 루슈디의 재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주술적 신비로움이 가득하다. 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의 존재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살만 루슈디 특유의 환상적인 이미지와 종교적, 주술적 신비로움으로 포장되면서 파키스탄의 현대사 속으로 스며든다. 이야기가 진행 되면서 환상 소설의 느낌은 희석되고 치열한 투쟁의 역사가 반복되기 시작한다. 인류의 어리석은 반복의 역사를 재현하듯 작가는 파키스탄을 무대로 가상의 이야기 속에서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마술 같은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한 가지를 억누르면 인접한 것도 억누르게 된다.

 

주술적 신비로움이 가득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파국으로 마무리되는 이야기는 정치적, 역사적 비극의 반복이기도 하지만 수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종교적인 관습, 민족의 정서가 만들어낸 수치(책에서 수치라고 번역한 이유는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는 철저하게 억압시키게 되었고 결국 억압된 수치는 축적되고 압축되어 폭발하게 된다. 수치를 모르고 자란 남자와 극단적인 위치에서 태어나면서부터 수치 그 자체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여성의 만남은 결국 비극의 형태로, 알 수 없는 기이한 존재의 형태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살만 루시디가 엮어낸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촘촘하게 엮어진 구조를 파악하고 그것이 완성되는 순간보다는 기본적인 뼈대를 파악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그리고 뼈대를 구성하는 종교적, 민족적 정서와 역사가 삽입되면서 이야기는 무거워지고 튼튼하게 받쳐진다 기이한 환상 소설로 완성 된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형식을 통해 이야기를 이토록 탁월하게 들려줄 수 있는 작가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