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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마지막으로 갈수록 미궁이 되지?”
토마스 핀천의 ‘제49호 품목의 경매’는 놀라움으로 가득 찬 소설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물음표가 쏟아져 나올 수 밖에 없는 소설이다. 읽는 내내 느끼게 되는 기묘한 감각 또는 기이한 감각은 머리 속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결말이 생략되어 버린 이야기는 당황스러움보다는 웬지 당연하게 납득을 하게 된다. 마치 처음부터 완성될 수 없었던 퍼즐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남겨진 공백은 기묘할 정도로 작품을 재미있게 만들게 된다. 불확실하기 때문에 의문점을 가질 수 밖에 없지만 불확실하다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예상 밖의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라푼젤’이 탑에서 나와 보다 넓은 확장되어 있는 세상으로 나아가게 되듯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는 주인공은 미지의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독자들 역시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독서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정보를 모으면 모을수록 급속도로 더 많은 정보들이 생겨나는 것 같았다.”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음모, 비밀리에 유지되고 있는 시스템의 정체… 보이지 않는 거대한 미스터리는 작품이 진행되면서 하나씩 하나씩 단서를 제공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추적하게 만들고 연상하게 만든다. 다양한 사회와 인간 군상 속에서 제한 된 인식의 영역은 확장되고 닫혀 있던 구조는 열려버린다. 결말에 이르러서는 이제까지 제공 된 단서들을 조립하여 퍼즐을 완성하고 싶어도 해답을 내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실제와 허구 사이에서, 우연과 계획 사이에서… 어느 것 하나 확실성을 가지지 못하고 불확실한 상태로 결말을 짓는다. 그러나 명확함 대신 모호함으로 작품을 흐리기는커녕 보다 많은 명확함들을 작품 속에서 제공함으로써 작품을 흐리게 만든다. 지나칠 정도로 많은 단서를 제공하고, 아주 약간의 의도적인 거짓을 섞어서 탄성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는 열린 소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제49호 품목의 경매’는 상당히 까다롭다. 작품을 즐기기 위해서 필요한 정보가 많고 시종일관 정보들로 압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문, 사회, 과학 등 다방면에 걸쳐서 펼쳐 놓은 배경지식들은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학문의 영역의 교집합을 만들어 내고 있다. RPG 게임에서 공략을 위해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듯 이 작품 역시 많은 배경지식이 필요하지만 RPG 게임이 클리어 되는 순간의 희열감이 일반적인 슈팅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쾌감을 선사하듯 이 작품 역시 힘들 수록 더욱 큰 재미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한번에 완벽한 공략이 되지 않는 소설이기 때문에 새롭게 즐길 수 있는 반복적 독서의 즐거움이 함께 한다. 교묘하게 치환되어 있는 메타포와 20세기 중반 미국 대중문화적 정보의 집약, 열역학 제2의 법칙같은 과학적 이론을 소설이라는 픽션 속에서 탁월하게 풀어나가는 과정 등 작품 속에 배치되어 있는 다양한 설정과 테마들은 언제나 흥미로울 수 밖에 없으며 볼 때마다 새로운 재미를 준다.
완벽하게 열려 있는 작품의 구조는 소설 그 자체를 확장시켜 버리는 것만 같다. 언급했다시피 평범했던 주부로 살아가던 주인공의 일상의 틀을 부수며 삶의 영역을 확장시켰으며 독자들의 사고의 범위와 상상의 공간을 확장시켰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남아 있고 모르는 이야기가 오고 가지만 극복하고 싶을 정도로 놀라움이 있고 감탄사를 절로 내게 한다. 웬만한 작가는 도전하려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소설을 탄생시킨... 오직 과학과 인문학의 교집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토마스 핀천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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