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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투쟁하는 거예요. 편집장이 그랬어요.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고...”

“내게는 '뱃속이 비면 싸움도 할 수 없다'는 쪽이 더 설득력 있네요.”


1975년 소년킹에 선보인 단편 ‘배고픔의 블루스’는 테즈카 오사무의 강한 리얼리즘과 휴머니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테즈카 오사무의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사실감 넘치는 배경을 그려내며 현실적이고 진솔하게 다가올 수 있었으며, 픽션이라는 창작을 통해 이야기의 재미를 전해주었다. 특히 테즈카 오사무가 평생에 걸쳐 외쳐왔던 전쟁에 대한 강한 부정, 삶의 그림자들을 담아내면서 같은 잡지에 발표하였던 “종이요새”, 별책소년점프에 발표하였던 “대부의 아들”과 함께 테즈카 오사무의 대표적인 세미다큐멘터리의 걸작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세 작품 모두 전쟁에 대한 부정에서 출발하는 동일한 테마를 지니고 있으며, 무엇보다 만화가 테즈카 오사무의 자전적인 삶과 체험이 담겨 있는 단편들이다.)

전쟁이 남기고 간 상처, 일본인들의 마음 속 한 구석에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었던 무기력증, 격동의 시대가 일으킨 시민들의 외침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시대의 그림자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경험했던 테즈카 오사무의 시선은 생생하게 그 시대의 모습을 재현하고 함께 공기를 공유할 수 있는 숨소리를 담아내었다.

결국 현실의 벽 앞에 굴복할 수 밖에 없는 비참함이 느껴진다. 이상을 위해 세상에 외칠 수도 싸울 수도 없다. 최소한의 삶조차 확보될 수 없는 힘겨운 나날들 속에 이상을 외치기 보다는 눈앞에 닥친 현실을 직시할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옳고 그름을 따져 정의를 내세우기 보다는 현재의 삶을 이어나가기 위한 또 다른 삶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울 수 밖에 없다. 테즈카 오사무의 이야기, 테즈카 오사무가 들려주는 이야기, 그리고 그 시대가 실제로 지나온 역사의 단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멋진 낭만이 있기에 소박하지만 작은 꿈과 희망의 씨앗을 보여줌으로 인해 삶의 가치를 일깨워 주기도 한다. 언제나 만화가로서의 꿈을 놓지 않았던 테즈카 오사무 자신의 모습이 있고 사랑이 있다. 그래도 살아갈 수 있는 행복의 의미를 청춘의 메시지와 함께 남겼다. 테즈카의 리얼리즘이 시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면 테즈카의 휴머니즘은 희망의 바램을 담아내고 있었다.

짧은 단편 속에 작가는 이야기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담아내었다.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그리고 그 어떤 장편보다 호소력 짙은 이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