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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톨스토이를 부드러운 예술가의 손놀림에 비교한다면 이것들은 한낱 클럽에서의 주먹질에 불과하겠으나..."


나보코프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에 대해 이처럼 이야기하며 상당히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의 지니고 있는 불안정함과 오류들,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가 소설을 쓰는 환경과 함께 문학적 완성도에 대해 다른 작가들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하지만 결국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은 예술가의 손놀림이 아니라 클럽에서 벌어지는 싸움판이 아닐까요?


가장 꾸밈없이 벌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클럽이라는 장소에서의 싸움판같다는 이야기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이 오늘날까지 그토록 사랑받을 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 톨스토이의 작품은 훌륭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은 강렬합니다. 그 강렬함은 작품의 완성도를 뛰어넘는 힘이 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은 시간적인 오류, 공간적인 오류가 많습니다. '문득', '불현듯' 등의 접속사를 사용하면서 급작스런 전환, 우연적인 상황에 많이 의존하며 극단적인 형태로 작품을 진행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특유의 횡성 수설과 장광설로 뒤범벅이 되어버린 진흙탕 같은 내용으로 혼란스럽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깊은 인상을 마음에 새겨 버립니다. 문학의 훌륭함이 아니라 문학이지닌 재미의 힘을 느끼게 합니다. 그것도 시대의 유행에 따라 사라지는 작품이 아니라 세월이 지나도 영원히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문학적 영원성을 재미라는 절대적 기준의 최상위에 위치시켜 버립니다.


불안정하고 약점이 많은 작품이지만 그래도 최고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이 오늘날까지도 그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시대를 초월하는 재미의 힘이겠죠.


PS "미인"이라는 단어를 텍스트로 형상화한다면 다양한 수식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그녀의 머리결은... 그녀의 피부는... 그녀의 눈동자는... 등등 언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연금술을 활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는 어떠한 묘사도 없니 구체적인 상황도 제시하지 않고 오직 한 문장으로 표현합니다.


"저런 미모라면 이 세상을 전복시킬 수 있어!"

-백치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