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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루시디는 환상 소설의 묘미를 어디까지 끌어올리고 싶었던 것일까?
비행기 추락사고라는 죽음의 문턱을 넘어온 두 남자의 기이한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악마의 시’를 읽는 동안 느끼는 감정들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환상적인 체험이였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현실 위에서 환상을 더해 들려주는 이 작품은 언어적 장벽, 문화적 장벽, 종교적 장벽 등 작품에 대한 이해와 몰입 과정에서 많은 장벽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물론 작품에 대해 깊이 파고 들면 들수록 난해한 작품인데다가 여러가지 언어적 장난이 많고 수많은 배경지식을 요구하지만 작품을 읽어나가는 동안만큼은 환상 소설의 묘미를 즐기게 된다. 곳곳에 숨어 있는 장난에 놀아나고, 유쾌한 황당함으로 사로잡는다. 웃음 속에서도 진지함을 담아내고 있으며 때로는 가슴 한 켠을 파고드는 감성적인 면이 돋보이기도 한다. 독특하고 신선한 문장들의 느낌을 화려하게 연출하며 텍스트와 기호만으로도 얼마나 재미있게 소설을 만들어 내는지도 보여준다.
‘지브릴 파리슈타’와 ‘살라딘 참자’라는 대조되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동시에 작가가 작품 속에서 자잘하게 펼쳐놓을 수 있는 위트 넘치는 재치를 엿볼 수 있듯) 대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두 사람을 천사와 악마라는 외형적 모습을 적용시켜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풀어나가며 그 재미를 더해간다. 시작부터 말도 안 되는 황당함과 모순된 이야기들은 결말까지 이어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단편적인 사건들을 ‘신’과 ‘악마’라는 단어를 ‘선’과 ‘악’이라는 단어에 일치시키기도 하며, 교차시키기도 한다. 인간들이 지닌 삶의 단면들, 그리고 인간들의 사회가 지닌 모순된 모습들을 가장 황당하고 일어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사건들을 통해 시종일관 정신 없이, 그리고 유쾌하게 이야기한다. 현실감과는 동떨어진 환상적인 설정을 통해 오히려 강한 현실감을 부여한다. 악마의 시가 펼쳐낸 사건들은 말도 안 되는 판타지지만 악마의 시가 묘사하는 모습들은 웃고 넘기기에는 그 무게감은 절대 만만하지 않다.
이 같은 환상에 기반을 둔 이야기는 짝수장마다 펼쳐져 있는 지브릴 파리슈타의 꿈속의 이야기들이 삽입되면서 한 층 더 강렬한 마술 같은 이미지로 다가오게 된다.(동시에 더욱 현실에 강하게 뿌리 내리게 된다.) 위대한 이슬람의 예언자이자 사도인 무함마드의 삶에 대천사로 등장하여 아이샤로 이어지는 기나긴 여정을 통해 수많은 환영들을 겹쳐내며 꿈과 현실을 혼재시킨다. 역사적 사실과 소설의 픽션을 교묘하게 섞어 작가가 들려줄 수 있는 환상 소설의 몽환적 느낌을 서서히 독자들에게 침투시키고 예상치 못한 꿈의 끝을 보여주면서 현실의 끈을 연결시킨다. 작가의 장난인지 아니면 보다 작품의 주제를 숨바꼭질 시키고 싶었던 것인지는 모르나 현재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홀수장의 이야기와 지브릴의 꿈 또는 환영으로 서술되는 짝수장의 이야기를 교차시켜나가며 개별적으로 구성 된 두 이야기는 루시디가 들려줄 수 있는 리얼리즘적인 환상 소설의 느낌을 극대화 시켰다.
‘악마의 시’는 분명 쉬운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악마의 작품은 재미있다. 때문에 이 작품은 한번 읽고 끝나는 작품이 아니라 다시 한번 읽게 되고 그 과정에서 보다 작품에 대한 즐거움이 커지게 된다. 무엇보다 루시디가 곳곳에 숨겨 놓은 장난과 함께 날카로운 고찰들이 새롭게 발견되기 때문에 미처 알지 못했던, 그리고 깨닫지 못했던 새롭고 신선한 재미가 함께 하게 된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이 작품을 추천한다면 꼭 사서보기를 권하고 싶다. 한번만 읽고 끝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작품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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