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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주홍 글자

sungjin 2012. 10. 8. 16:32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 글자’는 모순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야기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주홍 글자 “A”는 간음을 뜻하는 ‘Adultery’이기도 하지만 죄악의 상징이 아니라 선행의 상징인 ‘Angel’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물론 이 작품에서 “A”가 상징하는 것들은 이 외에도 많다. 특히 호손이 만들어낸 상징 문학의 묘미가 살아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홍 글자에서 보여준 다양한 상징들은 대립적인 의미, 중의적인 의미 등 해석에 따라 한가지로만 대입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모순 관계에 대입시켜 “A”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부족하지만 이 작품이 호손이 추구하던 모순 문학의 의미로 한정시켰을 때에 A의 의미는 Angel에 가깝지 않을까?) 죄(간음)의 직접적인 결과로 태어난 아기는 죄악의 그림자보다는 천사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수치스러움을 감당해야만 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누구보다 당당하게 그려지고 있으며 그녀가 죄악의 징표로 안고 사는 주홍 글자는 병실에서 방안을 환하게 밝혀주는 촛불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목사님은 죄악에 시달릴수록 더욱 더 훌륭한 행보를 밟아가며 존경을 받게 되며, 복수를 추구하는 의사의 결말 역시 모순으로 끝을 맺게 된다.

호손은 이 같은 아이러니한 설정을 통해 누구보다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지나친 금욕적 관습에 의해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와 존엄성마저 족쇄에 묶어버리는 사회에 대한 저항의 정신을 보여주었고 종교적 이상에 대항하여 현실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서 대담하게 풀어나갔다. 작품에서 보여지는 모순들은 사회적 종교적 모순과 함께 하며 보다 강한 호소력을 지니게 되었고 결국 이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모습들은 개인의 의지로 확대되어 이후의 세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주홍 글자'의 가치는 작품 속 주제만이 아니라 이야기의 강력함에서도 매력을 지니고 있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선상에서 마치 현실 위에 세워진 또 다른 역사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들을 배경으로 가상의 인물들과 가상의 사건들을 삽입하여 현실감을 부여하는가 하면 호손 특유의 고딕적인 분위기와 환상적인 현상들을 작품 속에서 펼쳐내면서 신비로움이 더해진 리얼리즘의 재미를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가장 보편적이고 영원한 ‘사랑’에 대한 테마를 격정적으로 그려나가며 로맨스 소설의 재미까지 선사한다. 이 작품의 제대로 된 이해를 위한 외적인 정보가 다양한 상징성과 모호성에 있어서 작품 속으로 빠져 들수록 난해함에 빠져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문학적 영원성을 획득한 이유도 본질적으로 소설이 지녀야할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의 힘, 즉 재미와 감동이라는 소설의 영원한 공통 분모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궁금증을 자아낼 수 있는 이야기, 그들의 사랑에 가슴 흔들릴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이 작품을 추천하게 된다면? 어떤 이는 이 작품의 주제와 호손의 문학적 영향력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며 ‘주홍 글자’를 읽어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주홍 글자는 결말을 생략한 줄거리만으로도 이 작품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