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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농담 by 밀란 쿤데라

sungjin 2012. 10. 6. 03:22



낙관주의는 인류의 아편이다!
건전한 정신은 어리석음의 악취를 풍긴다.

내 인생의 일들 전부가 엽서의 농담과 더불어 생겨났던 것인데?

다만 농담을 한 것뿐일걸요.


쿤데라가 ‘농담’에서 담아낸 것들은 무겁다. 체코의 현대사가 겪어왔던 시대의 그림자가 있으며 작가의 자전적인 체험이 녹아 들면서 현실을 바탕으로 반영 된 거울 같은 시대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 가볍게 시작 된 농담이 어느 새 삶의 무거움으로 바뀌어 버리며 농담에 담겨 있는 의미와 그로 인해 파생되어 버린 삶의 궤적은 나비효과처럼 크게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특히 당시의 사회적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단순히 웃을 수 만은 없는 진실이 내재되어 있기에 ‘농담’의 이야기는 가벼우면서도 무거울 수 밖에 없는 이야기가 되었다.

이데올로기의 충돌이 빚어낸 결과에 대해서 깊은 이해를 요구하며 작품에 대한 완벽한 독자에 다가가기 위한 학습도 요구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사람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남녀간의 사랑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작품의 외적 요소들을 제외시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에 대한 접근 방법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내리고 텍스트를 통해 수많은 의미를 포착해 내는 것도 가능하지만 순수하게 소설 속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독자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쿤데라의 작품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생각의 강을 만들어가는 사색적인 이미지, 조용하게 흐르는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듯한 자연스러운 사고의 풍부한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단어와 문장들로 이루어진 작가의 서술은 하나씩 음미해 가며 여운을 남긴다. 보다 깊이 잠겨있고 싶을 정도로 쿤데라의 작품이 지닌 매력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으며, 등장인물들의 시점을 변화시켜가며 보다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시선에서 즐길 수 있어 질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페이지를 넘겨갈 수 있다.

언어와 음악, 역사와 생활양식 등 문화 전반에 걸쳐 노스탤지어를 풍기기도 한다.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생겨나가 이전의 모습들을 그리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고향에 대한 향수와 함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모습을 현대인의 정체성에 겹쳐내며 또 다른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었다.

언급했다시피 ‘농담’의 이야기는 무겁다. 하지만 동시에 ‘농담’의 이야기는 가볍기도 하다. 어떻게 접근하고 즐기는가에 따라 작품을 받아들이는 독자들은 저마다의 다른 형태의 ‘농담’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가볍게 받아들이길 원했던 것은 아니였나 생각한다. 단지 ‘농담’으로 시작 된 이야기가 지나치게 진지해 진다면 그것 또한 작가에게 짐으로 작용하여 부담감을 더해줄지도 모른다. 제목을 ‘농담’으로 한 것도 그런 이유가 가장 크지 않을까?